대중골프장에서는 회원을 모집할 수 없다는 것을 알리지 않고 회원권을 분양했다면 이 자체만으로도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청주지법 형사합의11부(김연하 부장판사)는 2일 170여억원에 달하는 대중골프장 회원권을 분양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사기 등)로 구속기소된 충북 청원군 오창읍의 9홀 골프장 1대주주 김모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체육시설설치이용법 시행령은 대중골프장을 '회원을 모집하지 아니하고 경영하는 체육시설업'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나 실제로 회원권을 분양했을 때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두지 않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회원권을 구입한 일부 회원들은 해당 골프장이 대중골프장이라는 점이나 회원권 분양이 금지돼 있다는 사실을 설명받지 못했다고 진술하고 있다"면서 "대중골프장의 회원권 분양은 법률로 금지된 위법행위임이 명백하다"고 판시했다.
또 회원권이 아닌 시설이용권을 분양했다는 주장에 대해 "이 사건 회원권의 실체는 회원제골프장 회원제와 전혀 다르지 않다"고 일축한 뒤 "대중골프장에서 사실상 회원권을 분양하는 사례가 적지 않더라도 이는 시정돼야 할 잘못된 관행일 뿐 피고인의 범행을 합리화할 사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반 거래의 경험칙상 대중골프장 회원권 분양이 금지돼 있다는 점을 알았다면 법률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신의칙에 비춰 그 사실을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인정된다"며 "이를 고지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에 해당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회원권 분양의 위법성을 알리지 않아 다수의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했으며 피해금액도 170억원에 이르는 중대한 결과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이를 주도했고, 피해회복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그 책임이 매우 무겁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공사내역을 부풀려 금융기관에서 96억원을 대출받고 다른 사람 명의로 8억6천여만원을 빌려 편취한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했다.
김씨는 2007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골프장 회원권을 판매할 수 없는 9홀 대중골프장임에도 불구하고 인도어 연습장과 헬스장 체육시설사용권에 회원권을 끼워파는 방법으로 법인회원권은 1억원, VVIP회원권은 5천만원, VIP회원권은 2천300만원, 주중회원권은 980만원을 받는 식으로 900명으로부터 171억2천여만원을 받아 편취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올해 초 개장한 이 골프장은 연면적 38만6천여㎡로 사우나와 헬스클럽, 레스토랑, 휘트니스클럽 등을 갖추고 있으나 지난 3월 15일 부도처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