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일본은 준동(蠢動)하지 말고 제자리에 있으라”

입력 2010-11-29 11:00수정 2010-11-2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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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장겸 경제부장
지난 1991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영토 침공으로 걸프전이 발발하자 이스라엘이 스멀스멀 움직였다. 쥐도 새도 모르게 팔레스타인 침공을 계획한 것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연합군이 걸프전에 정신없는 틈을 타 팔레스타인을 손아귀에 넣겠다는 야욕이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은 중동전역으로 전쟁이 확전된다는 의미 외에 걸프전의 명분을 퇴색시킬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계획을 알아차린 미국은 팔레스타인 공격이 부담스러웠고, 당연히 제지에 나섰다. 팔레스타인을 장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이스라엘은 미국의 제지를 무시한 채 팔레스타인 공격을 감행하려 했다.

이때 이스라엘의 탱크와 미사일을 가로막은 것이 제임스 베이커 당시 국무장관이었다. 제임스 베이커는 텍사스 주에 뿌리를 둔 미국 최고 명문가 출신으로 미 공화당은 물론 보수파의 정신적 본산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유대인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중재도 듣지 않던 이스라엘이 제임스 베이커의 말을 들은 것은 그의 이 같은 배경도 한 몫했다. “이스라엘은 제자리에 있으라.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말라.”

미국의 정신(情神) 제임스 베이커의 한 마디에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향하던 탱크의 시동을 끄고, 미사일도 해체해야 했다. 이스라엘을 묶어둠으로써 미국과 연합국은 걸프전이 중동전으로 전면 확전되는 것도 막고, 명분에서도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일본의 산케이(産經)신문이 지난 27일 “한국군의 전력이 의외로 약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한 한국군의 허술한 초기 대응에 대한 보도일 것이다.

산케이가 한국의 군 전력을 ‘약체’라 평가한 의도가 미심쩍다. 산케이가 어떤 신문인가. 경제지로 출발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등에 사세가 밀리자 지금은 북한 중국 러시아 등 공산권 뉴스와 정보를 주로 다루는 극우(極右) 일간지다. 한국과 관련해서도 역사 교과서 왜곡, 독도 영유권 주장, 재일 한인 동포의 투표권 반대 등 역사적 진리와 사실 규명, 인권 등 언론 본연의 사명보다는 일본의 국익만을 위한 논조로 일관해 왔다. 심지어 일부 극우언론은 국익을 위해서라면 고의로 오보(誤報) 내기도 서슴지 않는다.

산케이를 비롯한 일본의 우익세력은 그동안 틈이 있을 때마다 핵무장을 주장해 왔다. 특히 북한의 핵시설 이슈는 그동안 이들에게 핵무장의 명분을 제공해 왔으니, 이들이 이번 연평도 사태를 빌미로 스멀스멀 움직이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일본은 연평도 사태로 얻을 것이 많은 나라다. 이번에도 비상태세니, 내각 전원대기니 마치 일본이 포격당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면서 국제사회를 상대로 그들이 왜 핵무장을 해야 하는지 명분 쌓기에 혈안이다. 일본이 연평도 사태를 빌미로 핵무장을 획책한다면 이는 북한에 못지않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다.

한국을 둘러싼 러시아와 중국은 차치하고, 북한마저 핵보유를 주장하는 마당에 일본이 핵으로 중무장을 하면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일촉즉발의 탄약고가 될 수 있다.

“봐라, 한국군이 강한 줄 알았더니 이렇게 약하다. 적군이 대포를 쏴대도 맞고만 있고, 전방에 있는 대포는 절반이 고장 난 채 방치돼 있는 전시용이다. 북한의 위협에 놓여 있는 동북아 평화를 한국군에 맡겨놓을 수는 없다. 일본이 나서야 한다. 일본의 영토를 노리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핵으로 이미 중무장해 있고, 북한은 위험한데 방어벽 역할을 해야 하는 한국 군대가 이 모양이다. 미국과 중국은 북한을 다루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다. 일본이라도 강해져야 한다. 일본의 핵무장은 동북아의 평화를 담보할 평화 핵우산이다. 대일본제국(大日本帝國)이 강해지는 길은 자위대 증강과 핵무장화다.”

일본 극우 언론과 극우세력의 핵무장 명분 쌓기의 시나리오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을 핑계 삼아 이렇게 전개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일본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말라. 준동(蠢動)하지 말고 제자리에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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