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광저우서 뜨고 진 스타들 누가 있나?

입력 2010-11-2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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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 막을 내리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도 무대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똑똑히 새긴 무서운 새내기들과 절치부심 끝에 화려한 부활을 알린 스타들이 있었는가 하면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쓸쓸히 무대 뒤로 퇴장한 별들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김우진ㆍ양학선ㆍ이대명 “내 세상이 왔다”

‘고교생 궁사’ 김우진(충북체고ㆍ18)은 이번 대회에서 남자 개인전과 단체전 우승을 휩쓸며 세계 최강 한국양궁의 대들보로 자리매김했다.

임동현(24·청주시청)과 양창훈(현대모비스ㆍ40)이 스무 살이었던 2006년 도하 대회와 1990년 베이징 대회 때 각각 남자 2관왕을 차지했지만 10대에 2관왕에 오른 것은 김우진이 처음이다.

특히 김우진은 개인전 예선에서 4개 거리 개인싱글 합계 1387점이라는 세계 신기록까지 쐈다.

한국 남자 체조의 양학선(광주체고·18)도 이번 대회 도마에서 ‘금빛 착지’를 보여주며 차세대 간판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뽐냈다.

지난달 처음으로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도마 결선에 진출해 4위를 차지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양학선은 생애 첫 번째 아시안게임에서 정상까지 밟아 2012년 런던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기대까지 부풀렸다.

‘한국 사격의 우량주’ 이대명(한국체대·22)도 확실하게 ‘포스트 진종오’ 시대를 알렸다.

이대명은 남자 50m 권총 단체, 10m 공기권총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금메달 세 개를 쓸어담아 3관왕을 차지하면서 대회 최우수선수(MVP) 후보까지 올랐다.

이대명은 그동안 권총의 간판이었던 진종오를 넘어설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정상 문턱에서 번번이 주저앉았는데 광저우에서 국제대회 첫 개인전 메달을 거머쥐며 새로운 에이스로 거듭났다.

태권도 남자 63㎏급에서 금메달을 딴 ‘고교생 괴물’ 이대훈(한성고ㆍ18)도 비록 선배들의 성적이 좋지 못해 빛이 가렸지만,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종주국을 대표할 새 얼굴임을 알렸다.

탁구 남자복식에서 동메달을 일군 열여덟 살 동갑내기 정영식(대우증권)과 김민석(한국인삼공사)은 중국 벽에 막혀 비록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내일을 더 기대하게 했다.

나라 밖으로 눈을 돌리면 중국 수영의 뜨는 별 쑨양(19)의 상승세가 눈에 띄었다. 그는 경영 자유형 200m와 400m에서는 박태환(단국대·21)에 이어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자유형 1500m에서 완벽한 레이스로 아시아 신기록까지 세우면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금2, 은2개를 수확해 앞으로 박태환을 위협할 새 경쟁자로 떠올랐다.

◇박태환ㆍ김수면ㆍ이춘헌 “내가 돌아왔다”

아시아 수영의 희망 박태환에게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수영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만한 의미 있는 대회였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 자유형 100m, 200m, 400m에서 우승해 4년 전 도하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3관왕을 차지하는 등 7개 출전 종목(금3, 은2, 동2) 모두 메달을 땄다.

2007년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거푸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박태환은 지난해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주 종목인 자유형 200m와 400m, 그리고 1,500m에 출전해 세 종목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하면서 쓴맛을 제대로 봤다.

하지만 로마 참패를 보약으로 삼고 부활의 칼을 갈아온 끝에 이번 대회에서 '수영 천재'의 복귀를 확실하게 알렸다. 특히 첨단수영복 착용이 금지된 올해 자유형 200m와 400m에서 세계랭킹 1위에 올라 2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 가능성도 키웠다.

한국 남자 체조 대들보 김수면(포스코건설ㆍ24)은 마루운동에서 금메달을 따며 재도약을 발판을 마련했다. 2006년 도하 대회 때는 안마에서 금메달을 땄는데 이번에는 주종목을 마루운동으로 바꿔 대회 2회 연속 금메달을 안겼다.

한국체조를 이끌 차세대 주자였던 김수면은 도하 대회 금메달 이후 잔부상이 겹치면서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지난달 끝난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개인종합 12위에 머무는 등 충분히 메달에 근접한 기량을 보유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난 뒤 이를 악물고 명예회복을 준비했고 광저우에서 화려한 공중제비를 펼치며 재기에 성공했다.

근대5종의 간판 이춘헌(한국토지주택공사·30)도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일구고 개인전에서도 은메달을 따면서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씻었다.

두 차례나 올림픽 무대를 밟았던 그는 지난해 말 이탈리아에 승마 훈련을 하다가 왼쪽 무릎 인대가 파열돼 수술대에 오른 뒤로 힘겨운 재활의 시간을 보냈고, 올해 가까스로 대표선발전을 통과하면서 결국 값진 메달을 목에 걸었다.

외국 선수 중에서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예선에서 오른쪽 아킬레스건 통증을 호소해 레이스를 포기했던 중국 육상의 영웅 류샹(27)의 명예회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남자 110m 허들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아시안게임 3회 연속 우승을 이룬 뒤 런던 올림픽 금메달 각오까지 드러냈다.

◇쓸쓸히 광저우 떠난 별들

일본 수영의 ‘영웅’ 기타지마 고스케(28)와 북한 사격의 ‘영원한 에이스’였던 김정수(33)는 조용하게 광저우를 떠났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2회 연속 남자 평영 100m와 200m를 제패한 기타지마는 지난 4월 2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지만, 부상 여파로 단체전인 혼계영 400m에서만 금메달 1개를 챙기고 귀국길에 올랐다.

2002년 부산 대회 때 평영 100m와 200m, 400m 혼계영을 석권하며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뽑혔고 2006년 도하 대회 때 2회 연속 3관왕에 올랐던 기타지마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였다.

우여곡절 끝에 광저우를 찾은 북한 사격의 베테랑 김정수도 이번 대회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다.

김정수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주종목인 50m 권총과 10m 공기권총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땄으나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오면서 2년간 자격 정지를 받았다가 징계가 풀리면서 이번 대회에 나섰다.

1998년 방콕 대회 3관왕에 이어 2002년 부산 대회 때도 25m 센터파이어 권총에서 금메달을 땄던 그는 이번 대회에서는 25m 스탠더드 권총 은메달과 두 개의 단체전 동메달로 만족해야 했다.

박태환의 맞수인 중국 수영스타 장린(23)의 레이스도 광저우에서는 시원스럽지 못했다.

장린은 개인 종목에서 자유형 400m와 1,500m 동메달로 이번 대회를 마쳤고 자유형 200m에서는 4위로 처져 체면을 구겼다. 단체전인 계영 800m에서 동료와 금메달을 일궜지만 장린으로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이었고 중국 수영의 간판 자리도 쑨양에게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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