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목민관이 바로 서야 한다

입력 2010-11-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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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장겸 온라인뉴스부장

▲부국장겸 온라인뉴스부장
현직 법조인들은 예비 법조인에게 가장 추천해주고 싶은 책은 무엇일까. 최근 모 대학 로스쿨에서 전국의 현역 판사와 사법연수원 교수 등 현직 법조인 220명에게 '미래 한국의 법조를 이끌어갈 예비 법조인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 3권을 추천해달라'는 편지를 보내고 답신을 받은 결과 ‘목민심서(牧民心書)’가 꼽혀 눈길을 끈다.

베트남의 국부 호찌민은 ‘목민심서’를 탐독하고, 전란 중 피신할 때도 항상 몸에 지녔으며 죽을 때 관속에도 넣었다는 유명한 일화가 회자돼 오고 있다.그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다산(茶山)정약용(丁若鏞) 선생을 꼽았으며 다산의 기일엔 반드시 제사상을 올렸다고 한다.

호찌민은 목민심서의 청빈한 삶과 민본주의를 본받아 국민과 더불어 살고 함께 먹으며 같이 일한다는 애민정신을 실현, 국민들의 존경을 받아 국부로 추앙받았다.

‘목민심서’에 대체 어떤 내용이 담겨 있길래 ...

‘목민심서’는 다산이 조선 순조 때 천주교 박해로 전라남도 강진에서 18년간 귀양살이를 하는 동안 저술한 책이다. 이 책은 관료와 목민관의 바이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제4편의 애민(愛民)에서 다뤘던 내용이 감명깊은 교훈을 주고 있다.지방관은 백성과 가장 가까운 직책이기 때문에 그 임무가 중요하므로 청렴과 절검을 생활신조로 명예와 부(富)를 탐내지 말고, 뇌물을 받지 말아야 하며, 백성에 대한 봉사정신을 바탕으로 백성을 사랑하는 애휼정치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산은 무위무능하고 부패한 군주나 목민관은 백성이 바꿀 수 있다는 가히 혁명적인 개혁사상도 주창했다. 관리의 부정과 토호의 작폐를 질타하고 지방 관헌의 윤리적 각성을 촉구한 목민관의 자세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공정사회 구현과 상당 부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0년이 흐른 지금 다산의 사상이 세간의 주목을 끄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암울하게도 우리사회 현실은 어떤가. 풀뿌리 민주주의인 민선 지방자치 시대가 1995년 출범한이후 민선 5기 지자체시대를 맞고 있지만 토착비리가 줄어 들기는 커녕 오히려 기승을 부리고 있어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임기를 마친 전국의 시군구 기초단체장 230명 가운데 무려 절반가량인 113명(49%)이 검찰에 비리 혐의로 기소됐다.

지방의원들의 비리도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3년간 비리행위로 처벌된 지방의원이 광역 71명, 기초 155명 등 모두 226명에 달한다. 어디 그 뿐인가. 인허가 업무를 관장하는 하위직 공무원 비리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 상반기에 금품수수등 토착·권력·교육 비리로 경찰에 검거된 공무원중 6급이하 하위직이 60%에 달하고 있고 최근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비리 공무원 소환뉴스를 접할 정도다.

일부 지자체는 정실인사는 물론이고 뇌물을 받고 승진시키는 현대판 매관매직(賣官賣職)이 횡횡하고 있다고 한다. G20을 개최한 의장국으로서 조선 말기 세도정치(勢道政治) 같은 벼슬장사가 버젓이 온존하고 있다니 국가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민의를 저버린 이같은 부류의 공직비리가 들끓수록 민심은 멀어지고 지역민의 삶은 고단해 질 수 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공직기강을 바로 잡아야 나라가 선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차제에 검찰도 토착 비리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서민 경제에 해악을 끼치는 토착 비리 세력을 척결하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목민심서’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다산. “머물렀던 자리에 향기를 남기지는 못할망정 구린내를 남겨서야 되겠느냐”는 다산의 꾸짖음을 깊이 되새겨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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