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무역금융까지 영역 확대…외부차입 최대 2조원 조달 관건
하나금융지주가 24일 외환은행을 인수키로 확정, 발표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이사회를 통해 외환은행 인수를 공식 발표하고 출국해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과 만나 공식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확정된 만큼 금융권은 하나금융의 자금조달 방법과 인수 후 경영전략 등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나금융이 우리금융보다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보다 적합한 전략이라고 평가하는 가운데 외환은행의 외환 및 무역금융 등 특화된 부분이 하나금융의 약점을 보완해줄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투 뱅크(Two Bank) 체제로 유지하면서 2~3년 후 물리적 통합을 이룰 예정이다.
하지만 인수 완료까지가 관건이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을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재무적투자자(FI)에 대한 상환우선주 등 다양한 방안으로 마련할 계획이지만 투자자와의 계약조건과 금융당국과의 협의 문제가 난제로 꼽히고 있다.
◇하나금융-외환銀 시너지 ‘충분’= 24일 열린 하나금융 이사회에서 외환은행 인수안이 무난히 승인됐다. 우리금융보다 외환은행 인수로 실보다 득이 클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전문가들도 자산규모로 따지면 우리금융(332조3000억원)을 인수하는 것이 유리하겠지만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 상에서는 외환은행이 낫다고 평가했다. 하나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면 540조2370억원의 초대형 금융그룹이 탄생하지만 자산의 질 등에서 상당한 부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리금융의 은행부문 차주별 자산건전성을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여신에서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각각 49%, 60%에 이른다. 하지만 외환은행은 자산건전성이 뛰어난 편으로 9월말 현재 부실채권비율만 따져봐도 우리은행(3.85%) 등 시중은행 평균(2.32%)보다 낮은 1.44%를 기록하고 있다.
대기업 여신비중이 낮고 외환영업이 약한 하나금융으로서는 외환은행을 인수해 외환 및 기업 무역금융을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대출시장의 성장성이 둔화돼 자체 성장이 어려운 하나금융으로서는 해외 네트워크와 우수한 인력의 질을 갖고 있는 외환은행과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신한-조흥 합병사례 참고…투 뱅크 전략=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조직의 갈등 없는 통합이라는 과제도 함께 한다. 하나금융은 당장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보다는 2개의 은행을 합병하지 않고 공존시키는 ‘투 뱅크’ 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지난 22일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투 뱅크 체제로 갈 것이며 당장 인력감축과 같은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합병사례를 롤모델 삼하 진행할 계획”이라며 “두 은행의 물리적 통합은 인수 이후 2~3년 후쯤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003년 8월 조흥은행을 인수한 후 ‘투 뱅크’ 체제를 유지하다 2006년 4월 두 은행을 합병시킨 바 있다. 하나금융도 이같은 방안을 통해 은행통합을 서두르기보다 각자의 장점을 조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통합시기를 늦출 방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두 은행이 당장 합병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외환은행 직원들이 하나금융으로의 인수에 크게 반발하고 있어 하나금융 계열사들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나은행은 1971년 한국투자금융으로 출발해 외환위기 직후 충청은행, 보람은행을 잇달아 합병했고 2002년말에는 서울은행 인수에 성공하며 덩치를 키웠다. 내부적으로는 출신 은행이 다른 직원들간 보이지 않는 갈등이 여전한 상황이다.
◇자금조달 위한 투자자 확보될까= 하나금융이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보유 자금은 최대 4조원대이다. 이는 법정 적립금 등을 제외한 유보금 등을 최대한 짜낼 경우의 이야기이지만 현실적으로 4조원이라는 금액을 배당 형태로 짜내기는 어렵다.
따라서 하나금융은 2조~3조원 가량을 배당형태로 확보한 후 나머지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도 지난 2분기 기업설명회(IR)에서 “하나금융이 M&A 등을 위해 내부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이 2조원 가량 된다”며 “내부조달 금액은 최대 3조5000억원 정도로 보고 있지만 이중 레버리지 제도를 감안하면 최대 2조원을 동원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금융지주사의 자기자본 대비 자회사 출자가액의 비율인 이중레버리지비율을 경영실태평가 1등급인 120% 미만에서 2~3등급인 150% 미만까지 낮추면 동원할 수 있는 금액이다.
하나금융은 이를 위해 금융당국에 대한 설득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최근 국제적으로도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인 SIFI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내셔널 SIFI라고 할 수 있는 하나금융이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기는 쉽지 않다.
또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자금을 유상증자로 조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투자자 확보가 원활할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최근 자금시장 환경은 채권발행과 증자를 하기에 나쁘지 않지만 하나금융의 자금조달에 선뜻 참여할 투자자들이 있을지가 관건이다.
특히 하나금융이 골드만삭스 등 기존 주주들에게 배정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불가능하다. 2대주주인 국민연금을 통해 자금을 모집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자금인 국민연금이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신주발행에 참여한다면 산업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의 2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참여가 배제된 상황에서 1대주주인 골드만삭스와 여타 주주들도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
또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해 상환우선주나 전환상환우선주를 발행하는 방안도 모색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나금융그룹이 정관상 발행주식 총수의 2분의1 이내, 통합은행의 연간 이익창출 능력에 따라 상환우선주를 발행할 수 있지만 내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가 도입되면 우선주가 자본이 아닌 부채로 인식된다는 문제가 있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을 올려 2조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하나금융으로서는 레버리지비율이 더 올라간다는 점에서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