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으로 평가받겠다”…열정이 넘치는 ‘여장부’
특히 이부진 전무는 호텔신라에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으며 면세점 사업과 에버랜드, 유통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재용 부사장의 사장 진급과 함께 이 전무의 부사장 진급이 확실시되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부진 전무의 경영능력은 2002년 4157억원에 불과하던 호텔신라의 매출액을 지난해 1조원을 넘기는 저력을 보여주며 ‘리틀 이건희’라는 별칭까지 얻을 정도로 이미 검증돼 있는 상태다. 올해 1∼3분기 누계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8.8% 신장한 1조537억원 달성했고 영업이익은 57.0% 증가한 628억원 달성했다.
◇삼성家 프리미엄? No!, 경영능력으로 승부=이부진 전무는 이투데이가 지난 10월 실시한 한국경제 차세대뉴리더 설문조사에서 SK 최태원 회장 다음인 5위에 올랐고, 여성으로서는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응답자들은 이 전무를 차세대 뉴리더로 뽑은 이유를 삼성가의 영향력 때문이라고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만큼 한국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영향력과 이건희 회장의 맏딸, 이재용 부사장의 동생이라는 자리가 주는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다는 데에 이견이 없는 듯 했다.
그러나 이 전무는 삼성가라는 뒷배경 보다는 경영능력으로 평가받고 싶어하는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2001년 이 전무가 신라호텔 기획팀 부장으로 입사할 당시 언론이 자신에게 왜 큰 관심을 갖는지 모르겠다고 지인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고 한다. 이 전무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맏딸이었고, 당시 여성 중에 제일 부자임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샐러리맨과 결혼해 화제가 됐다.
그녀는 그 지인에게 “나는 경영으로 평가받고 싶은데, 언론은 나를 가십거리로 다루고 있다”면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경제를 이끌 차세대 뉴리더로서의 이부진의 진면목은 바로 경영으로 승부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로 표현된다.
먼저 ‘리틀 이건희’라는 별칭을 얻기까지 그녀의 진가는 호텔신라에서 나타났다. 부장으로 입사해 2001년까지 호텔신라는 매출 3천억원대를 벗어나지 못하며 10년째 제자리를 맴돌았다.
하지만 이 전무가 경영전략 담당 임원으로서 진두지휘한 면세점 사업과 일본인 관광객 증가 등에 따른 성과는 2002년 이후 연평균 영업익 15% 성장과 더불어 지난해 매출 1조원 달성이라는 큰 성과를 이끌어냈다.
2001년 호텔신라 입사 후 품질과 서비스, 프로세스 분야에 전사적인 혁신활동을 주도하며 호텔신라의 성장에 기여했다. 2008년에는 인천공항면세점에 진출해 면세유통사업의 외형확대를 실현하며 전체 면세시장에서 신라면세점 시잠점유율을 2004년 12.6%에서 2009년 27.8%까지 끌어올렸다.
또한 2005∼2006년에는 서울신라호텔의 영업공간 재편 및 리뉴얼을 주도해 국내 최초로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호텔로 탈바꿈시킨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가 3세로서 경영성적 면에서 탁월한 성적표를 보여준 사람은 이부진 전무가 최고 ”라며 “후계구도는 이재용 부사장으로 교통정리가 돼가는 듯하지만 이 전무의 아버지를 닮은 경영스타일은 무시못할 변수”라고 치켜세웠다.
이 전무의 경영스타일은 지독하리만큼 집요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호텔신라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임원으로서 유통과 인테리어, 식품 등 다양한 영역에 대한 공부로 몇일밤을 지샐 정도로 경영과 관련된 열정은 이건희 회장의 스타일을 그대로 빼다 박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너의 겸손과 결단은 다르다=이부진 전무의 성격은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논리적인 부분에 강하고 감성적인 부분이 부족하다는 평을 듣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이부진 전무는 회사의 전문경영인이나 임원들에 비해 나이가 어리다보니 사람대할 때 굉장히 겸소한 편”이라며 “직원들을 대할 때도 소탈하고 여성으로서 감성적인 부분도 뛰어나다”고 전했다.
그러나 오너일가로서 의사결정의 문제에는 또다른 모습을 보인다. 호텔신라 고위 임원은 “전문경영인 영역에는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삼성가의 전통을 따르는 한편 큰 줄기를 잡아나갈 때는 심사숙고해 결정하면 업무의 집중과 속도가 남다르다”며 “능력과 자질을 갖춘 차세대 전문경영인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람에 대한 예의와 신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이부진 전무의 장점이다. 세기의 커플 장동건-고소영이 신라호텔에서 결혼식을 할 때 “꽃은 내가 맡겠다”며 앞장서는 등 후배를 살뜰하게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의 이 전무가 지인들에게 신경쓰는 모습을 보고 세간에서는 삼성의 재벌가 여성이 아닌 인간 이부진을 느꼈다고 말할 정도였다. 회사 직원들은 “평소에 소탈하며 겸손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경청의 태도가 인상적이다”는 점을 높히 사고 있다.
◇오너 3세대로서의 과제=삼성가 3세로서의 꼬리표는 이부진 전무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40대로 막 접어든 이 전무의 경영능력은 어느 정도 검증을 거쳤지만 여전히 한국사회는 더 큰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이재용 부사장이 삼성가를 이끄는 차세대 주자로 낙점받아 전자와 금융을 넘어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한국경제의 새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면 이 전무 역시 호텔신라와 에버랜드를 일으켰던 경영능력을 또다른 분야에서 발휘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사장이 삼성전자를 포함한 그룹 주력 사업과 신성장동력에 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면, 이부진 전무 역시 에버랜드 경영 전반을 참여해온 경력으로 향후 30년간 삼성의 미래를 짊어지게 될 것”이라며 “재용-부진-서현으로 이어지는 삼성가 3세 트로이카의 역할이 사뭇 중요한 시기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이 전무가 삼성에버랜드 전무를 겸임하며 삼성물산과의 연결고리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신라호텔의 외식사업 경험을 에버랜드에 접목해 계열사간 시너지를 이뤄내고 있다.
실제로 이 전무는 지난해 예상과 달리 에버랜드의 외식사업부의 매출을 늘리며 레저부문의 악화를 상쇄시켜 전체 에버랜드 실적악화를 방어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전무가 호텔신라와 에버랜드, 나아가 삼성그룹의 전반적인 경영에 참여하면서 삼성에서는 계열사간 더 큰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