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베스트 병원]④필라델피아 소아병원

입력 2010-11-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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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치료의 메카

“어린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Children are not small adults).”이는 미국 필라델피아 소아병원의 현관에 붙어있는 표어다. 어린이들이 병에 걸렸을 때 어른들의 절반 또는 4분의 1 정도의 약만 처방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의 경구다. 어린이 전문병원은 성인과는 완전히 다른 질환적 특성과 체형, 그리고 심리상태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특화된 진료를 하는 곳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필라델피아 소아병원 1층 로비에 있는 아트리움. 생일잔치의 장식물을 연상케 하는 모빌 인형들이 잔뜩 걸려 있다.
이 때문일까. 필라델피아 소아병원은 최고의 어린이 전문병원으로 손 꼽힌다. 실제 미국의 시사주간지‘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가 최근 웹사이트에 공개한 미국 소아병원 종합 순위에 따르면 필라델피아 소아병원이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보스턴 소아병원과 세인트주드 소아연구병원이 잇고 있다.

이를 진료 분야별로 보면 필라델피아 소아병원은 암·당뇨·호흡기 질환·비뇨기과에서 1위, 소화기 질환·심장외과·신장질환·외과에서 2위에 랭크됐다. 암·당뇨 ·호흡기 질환·비뇨기과 분야에서는 미국은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다는 게 전문의들의 평가다.

지난 1855년 출범한 필라델피아 소아병원은 미국에서 가장 처음 건립된 어린이 전문병원으로 펜실베니아 대학 부속병원이다. 512병상 규모에 연간 외래 내원객만 120만명에 달한다. 또한 응급실 내원 환자는 7만4000명 수준. 물론 의료진 구성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전임 의사를 포함해 연구원 1000여명과 임상강사 240명, 레지던트 121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처럼 화려한 스펙 이외에 필라델피아 소아병원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족관리 프로그램, 탁월한 치료효과를 자랑하는 특수 진료, 어린이를 위한 특수 수술기법 개발 등 이른바‘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치료’다. 이 때문에 필라델리아 소아병원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치료의 메카로 불리기도 한다. 우선 가족관리 프로그램은 마치 놀이터를 연상시킨다.

일반적으로 병원은 아픈 주삿바늘, 쓰디쓴 약, 붕대를 감고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의 이미지로 그려진다. 약품 냄새가 짙게 밴 이 같은 이미지의 병원에 들어서면 어린이 환자 대부분은 잔뜩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필라델피아 소아병원의 의사들은 어린이들이 청진기와 주사 대신 흥미로운 다른 물건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한다. 그럴수록 치료에 따른 고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필라델피아 소아병원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어린이들이‘마음까지 편안하게’병원에서 지낼 수 있게 한다. 본관 1층에 있는 인상적 아트리움이 대표적. 20m 높이의 뻥 뚫린 천장 형태의 이 아트리움에는 생일잔치의 장식물을 연상케 하는 모빌 인형들이 짠뜩 걸려 있다. 호기심 많은 어린이 환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한 배려인 것. 특히 집중치료실에서는 조명의 밝기가 태양 빛의 움직임에 맞춰 조절된다. 해 뜨는 시간에는 조명이 켜지고, 한낮과 해질 무렵의 조명은 자연광의 밝기를 낸다. 갓 태어난 아이가 자연에 더 가까운 환경에서 치료받도록 하자는 취지다.

입맛이 까다로운 어린이를 위한 호텔식 룸서비스 제도 역시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무미 건조한 이미지의 병원 식사 대신에 팬케이크, 과일, 샐러드 등 무엇이나 전화로 주문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환자의 상태에 따라 체크된 음식이 정확히 45분 뒤 입원실 침대로 배달된다.

필라델피아 소아병원의 특수 진료도 유명하다. 특히 소아심장, 소아종양, 소아안면복원 성형 등은 미국은 물론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의 치료효과를 자랑한다. 현재 이 같은 특수 진료는 전 세계 소아과 의료진들이 연수를 받기 위해 최소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가 높다.

심장심실 기형 치료를 위한 개흉수술, 미숙아 호흡기 관리 등과 같은 특수 수술기법은 세계 최초로 필라델피아 소아병원에서 시도돼 현재 대표적인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개흉수술의 경우 연간 200회를 넘기고 있어 이 부문 최고의 의료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필라델피아 소아병원 관계자는“의학 연구야말로 실낱같은 희망이다. 환자와 가족을 떠올린다면 할 수 있느냐 여부보다 얼마나 빨리 치료 가능한 해법을 찾아 내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최고의 의술도 중요하지만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치료야 말로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시아 최고로 도약하는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국내에도 필라델리아 소아병원에 버금가는 어린이 전문병원이 있다. 아시아 최고 어린이 전문병원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이 주인공.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전경.
이 병원은 지난 1985년 10월 문을 연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건립된 어린이 전문병원이다. 지난 1983년부터 연세대학교 의료원의 소아과 교수들을 중심으로 어린이병원 설립 필요성이 제기돼 1999년 6월 세브란스 병원 신촌 본원 내에 아동 전문진료센터가 설립됐다. 그리고 6년 후인 2005년 11월 별관 병동을 어린이병원으로 개조하는 공사가 시작돼 2006년 6월 어린이 전문병원으로 거듭나게 됐다.

어린이병원에서 근무하는 교수들은 호흡기, 혈액종양 등 소아 아분과 분야가 축을 이루고 있다. 미국, 프랑스 및 일본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이들이 소아 아분과의 필요성을 적극 주창한 것. 이들은 지난 1991년 소아청소년과 및 동문회, 그리고 소아 관련과 교수들과 합심해 어린이병원 건립기금을 모았다. 봉급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한 것.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은 연면적 1만1172.81㎡에 지하 1층, 지상 10층으로 돼 있다. 280병상인 이 병원은 뇌발달 장애, 간질, 소아암, 뇌성마비, 배뇨장애 등 5개 전문 클리닉을 개설해 3개과 이상의 전문의가 동시에 진료하고 있다. 전문 클리닉 외에 알레르기, 성장, 비만, 신생아 특수 질환, 유전 질환 등의 특수 클리닉도 운영 중이다. 어린이 환자를 위해 놀이방처럼 꾸민 대기실과 유아 휴게실 등의 편의시설을 마련하고 있으며, 창문과 창구 등도 어린이의 키에 맞춰 설계했다.

지난 2006년 6월 기준으로 소아과, 소아정신과, 소아외과, 소아신경외과, 소아비뇨기과, 소아정형외과 등에 24명의 교수와 연구강사 12명, 수련의 65명이 근무하고 있다. 골수이식을 위한 무균병실, 24시간 뇌파측정실, 소아내시경실, 소아기관지경, 소아혈액투석기, 소아 폐기능 검사실, 신생아 집중치료실 등의 의료장비와 시설도 갖추고 있다.

[인터뷰]김동수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장

▲[인터뷰]김동수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장

“어린이병원 건립은 수익성 차원에서 검토할 문제가 아닙니다. 국가의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김동수(사진)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장은 어린이 전용병원 개원의 의미를 이 같이 설명했다.

김 원장은“지난 2006년 개원 이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미국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의 인증에 성공하고 지난해 재인증까지 받은 유일한 어린이병원이 됐다”며“특히 지난해 유행했던 신종플루에 신속히 대처한 게 가장 큰 보람이자 성과”라고 말했다. 신종플루에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의 의료진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헌신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는 것.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은 현재 연령대별 특성에 맞춘 건강검진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국내 처음으로 어린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타고난 두뇌 특성과 성품, 대인관계 능력 등 인성(人性) 파악을 목적으로 한 두뇌-인성 검진 프로그램을 선보였다”며“이는 어린이 환자들에게도 맞춤형 치료를 지향하는 우리 병원의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어린이병원에는 대학병원급으로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을 비롯해서 국공립 4개 병원이 있다. 또한 정부 지원으로 전북대, 경북대, 강원대, 전남대 등 4개 국립대학이 어린이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김 원장은“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은 국내는 물론 미국과 일본 어린이병원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며“특히 일본 어린이병원보다 우리 병원이 앞서가는 분야도 많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특히“소아간질과 같은 분야의 치료 실적은 미국 존스홉킨스 병원과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어린이병원이 추구해야 할 방향과 목표에 대해 김 원장은“아이가 아프면 온 가족이 아픈 것과 같다”면서“이 때문에 아이들의 치료뿐만 아니라 가족을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는 것이 앞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이자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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