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현대건설 인수전이 결국 현대그룹 품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간의 치열한 집안싸움 양상을 나타냈던 현대건설 인수전이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우선협상자로 현대그룹이 선정됐다.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현대그룹은 그룹 사활을 걸고 총력전을 펼쳤다. 현정은 회장은 한이 서린 듯이 현대차그룹와 대결에서 광고를 통해 현대차그룹을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시장관계자나, 투자자, 현대그룹 임직원들까지 내심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기를 바랐던 것 같다. 현대차그룹도 이번 인수전이 자신들의 승리로 끝날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현대그룹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시장을 놀라게 했다.
한 때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현대상선까지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미 현대차그룹으로 대세가 기울었기 때문에 현 회장이 고집을 꺾고 정몽구 회장에게 읍소하는 편이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지키는 일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 회장은 배수진을 치고 현대건설 인수에 총력을 기울여 결국 현대건설 우선협상자 지위에 올라서는 성과를 나타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현대그룹 인수가 결정되자 현대건설 주가는 하한가로 떨어졌고 현대그룹 관련주도 줄줄이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현대그룹이 ‘과연 현대건설 인수자금을 큰 어려움 없이 다시 마련할 수 있겠냐’와 ‘인수 시 현대건설을 잘 이끌어 갈 수 있는지’ 등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감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제 현대건설 인수에 첫 걸음을 뗀 현대그룹이 과연 앞으로 험난한 행보를 잘 헤쳐 나갈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건설 인수로 명실상부한 현대그룹의 적통성을 이어 받은 현 회장이 지금까지 보인 뚝심을 이어갈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