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교수 "좌파적이다" 5%→13.3%, 친서민ㆍ공정사회 정책에 기업활동 위축
경제학교수 “좌파적이다” 5%→13.3%
친서민·공정사회 정책에 기업활동 위축
국내 경제학자들이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방향이 ‘좌파 성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자유기업원이 전국 4년제 대학 경제학과 교수 60명을 대상으로 ‘MB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의 이념적 성향’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좌파 성향이라는 응답이 13.3%(다소 좌파적 10%, 좌파적 3.3%)로 나타났다.
정권 출범 당시 ‘다소 좌파적’이라는 응답이 5%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정권 출범 2년 여만에 정부 정책방향이 좌편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수들은 MB정부의 하반기 주요 정책방향인 ‘친서민 정책’에 대해서도 ‘좌파 성향’이라는 응답이 36.7%(다소 좌파적 31.7%, 좌파적 5%)에 달했으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이나 ‘공정한 사회’와 관련한 정책성향에 대한 설문에서도 이와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특히 MB정부의 기업관련 정책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21.6%(다소 좌파적 18.3%, 좌파적 3.3%)가 좌파적 이념성향이 담겨있다고 응답했다. 즉, 시장경제 체제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실제로 정부의 이같은 좌편향적 국정운영에 대해 재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권 출범 당시 내세웠던 ‘친기업 정책’이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친서민’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공정사회’를 내세운 좌파 성향의 정책방향으로 기업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법인세율 인하 유보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정부는 당초 오는 2012년까지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0%로 낮추고, 상속세 및 증여세율도 현행 10~50%에서 6~33%로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세율은 낮추고 세원은 넓힌다는 감세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지만 정치권과 국민여론의 반대가 거세지자 정치권과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는 정부와 정치권의 조세정책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법인세율 인하는 지난 2008년말 법 개정을 통해 올해부터 시행키로 한 것인데 2년 유예된 것”이라며 “국가재정의 근간이 되는 조세정책이 정치논리에 휘둘린다면 재계는 어려움에 처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24.2%(지방세 포함)로, 아시아 주요 경쟁국인 대만·싱가포르(17%), 홍콩(16.5%)보다 월등이 높은 수준이다.
이 관계자는 “정치권이 반기업적인 조세정책을 이어간다면 경쟁국과의 투자유치전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명했다.
이와 함께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가 올 연말로 폐지되는 것 또한 기업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올 상반기 일본과 호주를 제외한 이머징 아시아지역 120개 기업을 대상으로 현금보유액(올 상반기 기준)을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가 184억달러로 2위에 올랐다. 또 현대자동차(73억달러) 4위, 포스코(64억달러) 7위, LG전자(50억달러)로 9위를 차지하는 등 4개 기업이 10위권에 포함됐다.
국내 주요기업들의 현금보유가 많다는 것은 실적이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돈을 쌓아 놓고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투자를 주저하는 것이기도 하다.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는 항상 대기업들에게 투자 및 고용 확대를 요구한다”면서도 “하지만 투자확대를 결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뒤따르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 만을 강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내년도 국세청의 세무조사 대상이 대기업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대해서도 재계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서민생활요금 안정이라는 명목으로 휘발유 값, 통신요금, 각종 담합조사 등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했지만 모두 기업에게 부담만 지우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각종 정책들이 국내 대기업들에게 너무도 많은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며 “하반기 국정기조인 ‘공정사회’와 ‘동반성장’이 제대로 실행되려면 균형감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