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8년 만에 정상 정복을 노리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우승을 향한 가벼운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추신수(클리블랜드),김태균(지바롯데) 등 ‘개띠 4인방’의 활약이 두드러져 더욱 우승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16일 광저우 아오티구장 필드1에서 열린 파키스탄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17-0, 5회 콜드게임으로 가볍게 제압한 대표팀은 18일 같은 장소에서 중국을 상대로 결승전 진출을 놓고 치열한 혈투를 벌일 예정이다.
중국전 선발로 낙점된 양현종(KIA)은 “날씨가 따뜻해 컨디션이 괜찮다”며 “선취점을 주지 않고 최대한 길게 던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중국을 잘 모르지만 대표팀에서 오래 뛴 선배들의 말씀을 들어볼 때 발빠른 선수들이 많다고 한다. 그보다도 타자와 승부가 중요한 만큼 이들을 아예 출루하지 못하도록 묶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양현종은 국제경기 경험은 적지만 올해 프로야구 정규 시즌에서 16승(7패)를 거둬 류현진(한화)과 다승 공동 2위에 오르며 KIA의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해냈고 지난 14일 홍콩과 경기에서 1이닝을 던지며 감을 유지해 중국전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한편 이번 한국대표팀의 준결승진출까지 파죽지세의 승리에는 ‘개띠 4인방’으로 불리는 1982년생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져 눈길을 끌고 있다. ‘개띠 4인방’은 이번 대회 참가 선수 중 1982년생, 만 28살인 일명 ‘클린업 트리오’ 추신수, 이대호(롯데), 김태균과 정근우(SK) 4명을 이르는 말이다.
‘개띠 4인방’의 선봉장은 단연 추신수로 난적 대만과의 경기에서 연타석 투런홈런을 터뜨려 6-1 승리의 주역이 됐고 홍콩, 파키스탄과의 경기에서는 모두 2루타를 기록해 각각 2타점, 1타점을 기록하는 등 “역시 추신수”라는 말이 나오게 만들고 있다. 추신수는 파키스탄전에서 1회에 도루까지 선보이며 ‘호타준족’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대호는 발목부상 탓에 대표팀의 연습경기에서 나서지 못해 대만전과 홍콩전에서는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지만 파키스탄전에서 3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타격감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에서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리고 바로 대표팀에 합류한 김태균도 파키스탄전에서 1타점 희생플라이를 기록해 콜드게임승리에 힘을 보탰다.
SK의 ‘살림꾼’으로 불리는 정근우는 대표팀에서도 ‘클린업 트리오’에 밥상을 차려주는 ‘살림꾼’ 역할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가 대만전에서 100% 출루율을 기록하며 3안타 1타점을 쳐내자 대만 구원투수 양아오쉰은 “추신수보다 더 무서운 타자는 정근우였다”며 혀를 내둘렀다. 정근우는 추신수와 부산고 동기로 친구에게 꼭 필요한 병역혜택을 선물하고픈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든든한 ‘개띠 4인방’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만만하게만 볼 수는 없다. 중국은 15일 일본과 예선경기에서 8회초까지 0-0으로 맞서는 등 예상을 깨는 탄탄한 전력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5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호투한 선발 투수 리쯔량을 비롯해 두 번째 투수 왕페이도 안정적인 투구를 했다. 또 유격수 자더룽과 3루수 하오궈천이 이끄는 내야 수비도 수준급이라는 평이다.
주루 플레이도 적극적이고 작전도 다양했다. 일본과 경기에서 3회 무사 1, 2루, 4회 1사 2루, 8회 1사 3루 등 꾸준히 상대 마운드를 위협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이다. 입장권이 일찌감치 동나 한국 교민은 많은 수가 입장할 수 없는 반면 중국 팬은 무더기로 몰려와 관중석을 점령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유도의 정정연(23·포항시청)이 중국 선수와 4강 대결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을 받고 탈락하는 등 광저우 대회 곳곳에서 일고 있는 중국의 홈 텃세와도 맞서 싸워야 한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중국에 유리하게 스트라이크나 아웃 판정이 내려지면 승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편파 판정이 개입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경기를 압도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중국을 이기면 19일 오후 6시 일본-대만 승자와 결승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