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은행 규제안 2012년까지 마련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금융위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글로벌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 고강도 처방이 확정됐다.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은 12일 서울 회의에서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와 금융안정위원회(FSB)가 2년여간 준비해온 금융 규제 개혁안을 보고받은 뒤 국제 금융시장의 새로운 '룰'로 적용하는데 합의했다.
새 규제의 핵심은 위기 발생 시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을 키우도록 평소에 위기 대응용 '실탄'을 충분히 쌓아두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자본의 양을 늘리고 질을 높이며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그 방법이다. 이를 검증하는 감독 수단으로 각종 자본 비율이나 유동성 비율을 신설하거나 강화했다.
자본 규제의 경우 보통주 자본 비율을 현재 2%에서 4.5%로 올리고, 보통주 자본에다 긴급 시 주식 전환이 가능한 하이브리드채권을 추가한 기본자본(Tier 1) 비율은 4%에서 6%로 상향 조정했다.
후순위채까지 포함한 총자본 비율, 이른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비율은 현행대로 8%를 유지키로 했다.
특히 G20은 은행이 미래의 위기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2.5%의 보통주 자본을 추가로 쌓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은행들은 이익배당 제한을 받는다.
여기에다 신용이 과도하게 팽창하면 금융감독당국이 최대 2.5%의 자본을 '경기 대응 완충자본'으로 쌓도록 감독할 수 있게 했다.
결국 보통주 자본 비율은 현재 2%에서 최대 9.5%, Tier 1 자본비율은 4.0%에서 최대 11.0%, BIS 비율은 8%에서 최대 13%로 대폭 상향 조정된 것이다.
자본을 총자산으로 나눈 레버리지 비율을 Tier 1 기준 3% 이상 유지토록 하는 규제도 신설됐다. 파생상품이나 유동화 증권처럼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자산의 과도한 보유를 차단하려는 목적에서다.
유동성 규제와 관련해선 단기 유동성 비율(30일 이내 고유동성 자산을 30일 이내 순현금 유출액으로 나눈 값)과 중장기 유동성 비율(1년 이내 안정자금 인정액을 1년 이내 안정자금 필요액으로 나눈 값)을 각각 100% 이상 수준으로 유지토록 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자본 및 유동성 규제는 2013년부터 적용되기 시작해 단계별 준비 과정을 거쳐 2019년 완료되는 일정표를 갖고 있다.
논란이 예상됐던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대형 은행(SIFI)에 대한 추가 규제를 위한 정책 체계와 이행 일정을 구체화한 것도 이번 정상회의의 성과물이다.
G20은 SIFI에 대한 높은 수준의 손실흡수 능력, 집중적 감독, 금융시장 인프라 구축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추가 유동성 규제 부과, 거액 여신 제공 제한, 세금 또는 부담금의 징수, 구조적 수단, 조건부 자본 등을 검토 과제로 제시했다.
또 규제 대상인 SIFI를 선정하고 이들에게 적용할 구체적 규제 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은 FSB와 BCBS가 2012년까지 완료해달라는 일정표도 내놓았다.
이와 함께 공동감시단과 위기관리그룹을 통해 리스크(위험) 평가를 실시하고 기관별 위기대응 공조협정을 체결토록 했다.
한편 금융규제 수준이 대폭 강화됐지만 국내 은행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새로 마련한 은행의 각종 건전성 지표에 대해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국내 은행은 이미 그 수준을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국내 은행의 경우 자본 확충이 충분히 되어있고 유동성 비율에 대한 규제도 시행시기가 상당기간 남아있어 부담이 덜 하다”면서 “새로운 규제안에 대한 영향이 단기적으로 제안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