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그는 누구?
뚜렷한 글로벌 마인드…빼어난 외국어로 좌중 압도
취재현장에서 그리고 현대·기아차의 굵직한 행사장에서 만난 정의선 부회장은 언뜻 높은 벽이 가로막혀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보기 좋게 밀어내고 다가온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여느 재벌가 3~4세들과도 다르다. 가볍게 던지는 질문에 짧은 대답이라도 대답하려는 성의까지 엿보인다.
정 부회장은 지난 1970년 서울 출생으로 정몽구 회장과 지난해 작고한 이정화 여사 사이의 외아들이다. 누이로 정성이 현대 이노션 고문과 정명이·정윤이 해비치호텔 전무가 있다.
휘문고를 졸업하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학의 경영대학원을 마쳤다. 학업을 마치고 곧 바로 현대자동차의 모태가 되는 현대정공(현대모비스의 전신) 미주법인에 사원으로 입사했다.
IMF 외환위기가 끝날 무렵인 지난 1999년 현대차 구매실장과 영업지원사업부로 자리를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을 받는다.
2003년 부사장으로 승진해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 겸 기아차 기획실장을 맡았다. 또 2005년 기아차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최고경영자로가 되기 위한, 이른바 본격적인 황제수업을 받는다. 이 무렵 기아차의 디자인 경영을 내세웠고 최근 기아차의 놀라운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데는 당시 디자인을 내세운 정 부회장의 역할이 상당 부분 차지한다.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정몽구 회장과 함께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 건설 현장 등을 방문해 직원들을 독려하는 등 부친인 정 회장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했다.
정몽구 회장의 경영 특질인 현장경영을 본받아 기아차 아시아·중동지역본부가 있는 두바이를 찾았는가 하면 지난 4월에는 중국 상하이모터쇼를 찾아 중국 판매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또 6월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을 수행하는 등 올들어 대내외적으로 보폭을 크게 넓혀왔다.
뉴 리더로 손꼽힌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과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호텔신라 이부진 전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리거나 비슷하지만 계열사 핵심 분야를 두루 경험한 점은 정 부회장 만의 강점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다른 기업 창업주 2~4세들이 대부분 한 계열사에서 경영수업을 쌓아온 반면 정의선 부회장은 국내는 물론 해외법인 핵심 계열사를 비롯한 기타 브랜드, 영업지원 및 기획팀 등 자동차 회사의 핵심이 될 분야를 두루 거쳤다.
현대차그룹의 사원을 시작으로 자동차업계에 발을 들여놓았고 현장 분위기도 충분히 익혔다.
180cm에 가까운 키에 건장한 체격을 지닌 정 부회장은 평소 운동 등으로 자기관리도 철저하다. 언뜻 무뚝뚝해 보이는 다부진 인상이지만 가정적인 면도 자주 눈에 띈다.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모터쇼에선 직접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올라 빼어난 영어로 신차를 소개하기도 했다. 해외 관계자들을 만나 원활한 소통이 가능할 만큼 외국어 능력도 일품이다.
지난 파리모터쇼에는 부인 정지선 씨는 물론 정성이·명이·윤이 씨등 누이들과 함께 가족이 행사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이날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과 신성재 현대 하이스코 사장 등 자형들도 함께 자리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 부회장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의 입지를 다져줄 수 있는 가족행보로 일컫고 있다.
자동차 회사이니 만큼 그가 주로 이용하는 차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의전 또는 업무용으로 딱히 정해진 차를 두고 고정적으로 이용하진 않지만 해외 출장길에는 현지 법인이 준비한 에쿠스를 주로 이용한다. 국내에서는 기아차 오피러스를 타고 등장하는 일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