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성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
업계에 따르면 한국 컨소시엄의 수주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년 동안 꾸준한 노력으로 각종 입찰 조건과 차량 방식, 사업 내용 등을 꾸준히 조율해온 까닭이다. 그 중심에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있었다.최성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에게서 브라질 고속철도 사업이 갖는 의의, 고속철도 산업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과제를 들어봤다.
-브라질 고속철도 건설 사업자 선정이 바짝 다가오면서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사업의 수주가 갖는 의미는.
▲브라질 고속철도 프로젝트는 리우데자네이루-상파울루-캄피나스 지역을 연결하는 총 연장 52㎞, 한화 약 24조원 규모의 대형 국책사업으로 세계의 철도 선진국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브라질 고속철도 수주는 원천기술이 없던 국내 환경을 극복하고 우리 고유의 첨단기술로 세계 시장을 진출한다는데 매우 큰 의의가 있습니다. 이 사업 성공 여하에 따라 미국, 러시아, 베트남 등 차기 고속철도 신규 사업 수주에도 많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일반 철도를 고속화하는 230km/h급 틸팅열차를 비롯해 도시철도, 경량전철, 트램 등 각종 도시철도 시스템, 주요 역세권 개발 등 고속철도 이후에 진행될 다양한 후속 사업 진출에도 우위의 위치에서 진출할 수 있는 강점을 갖게 됩니다.
-그동안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브라질 고속철도 사업 수주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2006년부터 철도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비행기로 30여 시간이 소요되는 한-브라질 양국을 40여회 이상 오가며 기반을 구축해 왔습니다. 지속적으로 세미나를 개최해 우리 기술력을 알리고 브라질 철도 현황을 공유하며 기술지원과 교류를 해왔습니다. 또 브라질 주정부 및 지방정부, 철도관계자, 투자자, 언론까지 각 계 각 층을 초청해 고속철도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던 브라질 정부가 고속철도 전략을 수립하고 사업계획을 작성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했습니다. 가장 오랫동안 가장 돈독한 신뢰를 구축해 온 셈입니다. 현재 11월 말 사업제안서 제출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프랑스, 독일, 일본 등 고속철도 선진국들과 당당히 겨룰 수 있는 원동력은.
▲브라질 고속철도 사업의 사례와 같이 해외 고속철도 사업 진출을 위해 철도연은 가장 먼저 진출을 해서 우리나라가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왔습니다. 이후에는 산업체가 주도하는 사업 추진단이 만들어져 해당 시장을 공략할 수 있도록 연구원이 다양한 방법의 지원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사업이 성공하면 연구원은 기술이전과 지원, 교육 등을 담당할 것입니다. 이렇게 철도 선진국이 하지 못했던 역발상을 통해 기술교류 등 다양한 협력활동으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며 우리의 장점을 알리는 역할이 중요합니다. 브라질 고속철도사업이 성공한다면 이제 한국 철도도 선진 수준에 들어섰음을 모두가 인정할 것이고, 다음 기회에는 좀 더 나은 위치에서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있어 어려운 점이 있다면.
▲산업을 2배 키우려면 R&D를 4배로 키워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철도기술을 위한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야말로 우리 철도기술의 경쟁력 강화에 가장 필요한 부분입니다. 지난 3월 개통한 KTX-산천을 상용화하기까지 1996년부터 11년이라는 기술개발 및 시운전을 통한 안정화 기간이 있었습니다. 철도기술은 차량, 기계, 궤도, 토목, 전기전자, 신호 등 모든 공학분야가 총망라된 분야로서 기술적으로 매우 복잡합니다. 또한 시험운행 등을 통해 충분한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하는 대형 시스템 기술이기 때문에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해외 철도 건설이 한국 건설업계의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을지.
▲전 세계 철도 시장 규모는 2009년 기준 197조원 정도 됩니다. 향후 10년간 성장률을 연평균 4~5% 정도 예상하고 있고, 전체 규모를 약 2000조원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출처 : 독일 SCI Verkehr GmbH) 현재 우리나라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원전 시장의 규모가 향후 30년간 1200조원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술력이 이미 해외에서 상당히 인정을 받고 있는 만큼 철도분야야 말로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이상혁 기자 dani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