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사회공헌활동 외에 ‘복지부동’(伏地不動)
재계가 잔뜩 웅크리고 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속담 처럼 언론 보도를 의식해 ‘튀는 행사’는 자제하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보도자료도 제한하고 있다.
29일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검찰과 국세청 등 사정당국이 총동원돼 재계 사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돌출행동을 하면 정부당국의 사정 한파에 휩싸일 수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실제로 한화, 태광, C&그룹은 검찰 수사가, 롯데그룹 계열사들과 일부 유통기업들은 국세청 세무조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또 2~3곳의 대기업에 대한 내사가 이뤄지고 있고, 추가로 검찰 수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사정당국의 칼끝이 재계 전체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이러다보니 언론에 노출될 경우 자칫 사정 타깃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 복지부동(伏地不動)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올해 사업실적을 점검하고 내년 사업계획을 세워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기업 본연의 활동이 아닌 곳에 신경써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기업 임원도 “불법행위에 대한 단호한 대처는 요즘 같이 어려운 때 기업 본연의 활동 외에 다른 곳에 또 신경 써야 하느냐”면서 “사회공헌이나 상생경영은 기업이 스스로 알아서 할 때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며 정부의 강압적인 동반성장 정책 추진에 대해 볼멘소리를 했다.
심지어 기업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경제단체들도 정부의 재계에 대한 사정바람에 대해 한 마디 언급도 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재계는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동반성장’에 치중하면서, 이 내용을 언론에 집중 홍보하고 있다.
주요 그룹 총수들이나 최고 경영자(CEO)들이 협력업체 현장을 직접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동반성장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연말이 다가오면서 사회공헌활동도 재계가 할 수 있는 유이한 수단 중에 하나이다. SK그룹은 11월 1일부터 연말까지 두 달의 기간을 ‘행복나눔 계절’로 선포하고 사회 취약계층과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세밑이 다가올수록 다른 그룹과 대기업들도 불우이웃돕기 성금과 각종 사회공헌활동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윤창출을 위한 집단”이라며 “본연의 기업경영활동이 다른 외부적 변수 때문에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사정당국의 연이은 기업수사로 인해 반기업 정서가 다시 부활하는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