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라응찬 회장의 화려한 '52년 금융 인생'

입력 2010-10-3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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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상고 출신으로 금융계 신화를 기록했던 52년 금융인생을 사실상 마감하게 됐다.

라응찬 전 회장은 고국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겠다는 재일교포의 의지를 함께 불태우며 신한은행을 설립한 후 30년도 안되는 기간에 실적 1위의 금융지주사로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LG카드와 조흥은행의 M&A를 성공적으로 성사시킴으로써 국내 금융지주사의 리더로 키워냈지만 신한은행의 태생적인 약점인 차명계좌에 걸려 '아름다운 퇴장'을 하지 못했다.

◇상인들의 뒷받침에 일어선 '라응찬'= 라응찬 전 회장은 선린상고를 졸업한 후 1959년 농업은행에 입행해 대구은행과 제일투자금융을 거쳐 1982년 재일교포들과 신한은행을 창립했다. 이후 1991년 신한은행장에 선임되면서 상고 출신 행장 신화를 만든 라 전 회장은 행장 3연임에 성공했다.

또 2001년 라응찬 전 회장은 신한금융지주로 전환할 당시 이인호 당시 행장과 주주의 의견을 수용해 대표이사 회장을 맡은 뒤 올해 3월 4연임에 성공하면서 10년 넘게 신한금융을 이끌 수 있게 됐다.

이같은 성장세의 원인은 라응찬 회장의 특유의 리더십과 경영감각 덕분이었다. 라응찬 전 회장은 기존 금융권의 고질적인 병폐였던 '불친절하고 문턱 높은 은행', '커미션으로 불리던 대출 사례금', '끼리끼리 패거리를 짓던 파벌문화' 등을 일소하며 금융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고 이러한 정신은 지금까지 '신한정신' 또는 '신한 웨이(Way)' 등의 표현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굿모닝증권을 시작으로 100년이 넘는 역사의 조흥은행과 국내 점유율 1위의 LG카드 등 대형 인수.합병(M&A)을 잇따라 성공시키면서 신한금융을 가장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춘 금융그룹으로 성장시켰다.

2008년과 2009년 금융업계 최고 실적을 거둔 신한금융은 올해 1∼9월 당기순이익 2조원을 돌파하면서 가장 먼저 `2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신상훈 사장과의 파국이 '치명타'= 라응찬 전 회장의 내리막길은 약 30년간 동거동락한 신상훈 사장과의 갈등에서 시작됐다.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사장은 1982년 신한은행 창립 때 각각 상무와 개설준비위원으로 합류해 한솥밥을 먹는 식구가 됐다. 신상훈 사장도 라응찬 전 회장을 가까이에서 보필하면서 최영휘 전 사장 해임 등 위기 때마다 오사카 지점 시절부터 절친했던 이백순 신한은행장과 함께 힘을 합쳐 라 전 회장을 도왔다.

그러나 올해 4월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30년 우정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실명제법 위반 논란의 발원지가 신 사장측이라는 소문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신 사장의 횡령과 배임 혐의를 포착한 이 행장이 지난달초 신 사장을 검찰에 고소하면서 불협화음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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