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적 전환 내걸고 무리한 영업·실적 강요
SC제일은행이‘세일즈 인턴 제도’를 운영하면서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내걸고 무리한 영업과 실적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지난해‘세일즈 인턴’제도를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세일즈 인턴은 각 영업현장에서 고객들에게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일을 담당한다.
하지만 인턴 기간이 1년으로 긴 편인데다 신용대출과 신용카드 할당량을 주고 ‘지인 영업’을 독려하는 등 실적 압박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인턴은 친인척들을 동원해 많게는 10억원 가량의 예금을 예치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인턴사원이었던 A씨는“신용카드 할당량을 채우려고 몸이 편찮으신 아버지와 함께 아버지의 전 직장이 있는 지방까지 내려가 동료분들께 카드 가입신청서를 내민 적도 있었다”면서 “당시 지점장이 지방으로 출장갈 것을 명령했다”고 주장했다.
또 몇몇 인턴들은 이 은행 대출상담사들의 고객 명단을 파악해 대출상담사가 판매한 고금리의 ‘셀렉트론’을 금리가 낮은 은행 내부 상품인 ‘드림론’으로 갈아타도록 하는 방식으로 실적을 올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도 은행측은 일관된 태도를 보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일부 언론에서 SC제일은행의 인턴제도를 문제 삼자 은행 측은 실적 상위 20%를 당장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가 이후 슬그머니 무효화했다는 것이다.
또 올해 7월 정규직 채용 때는 인턴 출신에 가산점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점장이 인턴을 평가하도록 했으나 대부분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자 재평가를 지시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해프닝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SC제일은행은 결국 실적 등을 감안해 1기 중에 총 5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이 제도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최근 2기 채용 공고를 냈기 때문이다. 이 은행이 이달 초 취업포털 사이트 등에 채용 공고를 내자 부정적인 댓글이 쇄도해 이를 삭제하고 재공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세일즈 인턴은 청년 실업 해소와 실질적인 현장활동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라며 “지난 1년간 운영한 경험을 토대로 실질적으로 필요한 학습기간 등을 고려해 올해 2차 세일즈 인턴 근무기간을 6개월로 단축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세일즈 인턴제도는 은행과 인턴 지원자 모두 윈-윈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