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험평가 기업의 20% 육박할 듯
올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될 중소기업 비율이 20%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은행권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건설사 구조조정의 여파가 이어지면서 중소기업의 연체율이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구조조정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중소기업 구조조정이 대대적으로 이뤄질 경우 중소기업의 부실채권 규모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8월말보다 급증할 우려가 있다.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중장기적으로 부실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지만 1~2년 이내에는 중소기업의 부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신용평가 기업수 줄고, 구조조정 비율 늘고=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는 채권액 50억원 이상의 기업 1만3000여개를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그 중 1286개곳을 7월말부터 세부평가에 들어갔다. 지난해 3차까지 나눠 신용위험평가와 세부평가를 진행했던 규모와 비교하면 4분의 1에 불과했다.
신용위험평가를 받는 중소기업 규모가 줄어들었지만 구조조정 대상으로 들어갈 기업 숫자는 더 많아질 것이라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지난해에는 3차 모두 합쳐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 기업비율이 12.3%였지만 올해에는 20% 이상까지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구조조정 덕분에 세부평가를 받는 중소기업들은 줄었지만 연체율 급증 등으로 구조조정 비율은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듯하다”며 “올해 구조조정 비율은 최대 20% 이상까지 기록할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올해 중소기업 구조조정이 보다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이미 전망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대기업 기준에 맞춘 신용위험평가 기준으로 중소기업을 평가했다면 올해에는 중소기업협약에 맞춘 채권단 협약을 만들어 중소기업들의 부실도를 엄격히 측정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 6월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대기업들의 중소 하청업체들이 연쇄적으로 부실화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불공적 하도급 등이 개선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여전한 것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 중소기업 부실채권 8조원 넘을까= 중소기업 연체율이 상승세를 꾸준히 기록하면서 부실채권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연체율은 2.23%로 대기업 구조조정이 이뤄진 6월말(1.46%)보다 0.87%포인트 급상승했다. 9월말 연체율은 연체채권을 적극 정리하는 분기말 결산인 만큼 이보다 0.1~0.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분기말 별로 본다면 3월말 1.57%, 6월말 1.46%, 9월말 1.9%~2%대로 수직상승하고 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중소기업 연체율은 10월말 구조조정이 단행되면 수직상승할 것”이라며 “부실채권 규모도 지난 8월말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이 조사한 6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부실채권비율도 3.04%로 3월말(2.19%)보다 0.8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금감원이 중소기업 대출부문만 따로 떼어내 분기별 집계를 시작한 2003년 9월 이후 최고치다.
은행권의 중소기업 부실채권은 지난해 연말 이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2008년 말에 1.93%였던 부실채권비율은 지난해 연말 1.80%로 잠깐 하락했다가 올해 3월말 2.19%로 급상승세로 돌아섰다.
중소기업 신규 부실채권 규모도 은행권 대출에서 압도적이다. 금감원이 집계한 6월말 부실채권 규모 12조8000억원 중에 기업 부문 부실채권은 11조8000억원이며, 특히 중소기업의 신규 부실채권은 8조5000억원으로 대기업보다 2.5배 이상 높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부동산 침체로 인해 일부 건설사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관련 시행사 채권이 함께 부실화됐다”며 “중소기업 부실은 적어도 1~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10월말 중소기업 구조조정이 단행되면 중소기업 부실채권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