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여건 갈수록 악화...다른 자치단체에 영향줄 듯
서울 부촌의 대명사 강남구가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강남구가 이같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데에는 장기적 경기침체와 지방세제 개편, 세수 감소 등 재정난을 겪고 있는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강남구가 민간위탁사업과 도시관리공단 대행사업에 대해 군살빼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2008년부터 강남구의 재산세 절반(매년 1500억원)을 서울시가 가져가는 재산세 공동과세제도로 인해 재정자립도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구의 재정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위기 이후부터 세수가 줄면서 적자폭이 늘어났고 이것이 강남구가 이번 조정을 전격 단행하게 된 것이다.
세수 감소의 핵심 원인은 부동산 침체에 따른 거래 부진이다. 이 침체로 부동산 거래량이 급감해 지방세수를 감소시켰고 이것이 강남구가 구조조정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리게 된 것.
실제로 강남구의 취등록세 징수액은 지난 8월말 기준 2766억원으로 작년 한해 동안 걷힌 4719억원의 60% 수준이다. 올 취등록세는 전년에 비해 1000억원 이상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강남구는 이러한 어려운 재정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구 재정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89개 아웃소싱 사업에 대해 지난 8월 일제 점검을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 방만하게 운영됐거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20개 민간위탁사업은 폐지하고 42개 민간위탁사업은 인력감축을 했다. 강남구는 도시관리공단 대행사업을 제외한 민간위탁사업에서만 약 85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시 중에서 상대적으로 재정자립도가 높은 강남구가 구조조정의 첫 신호탄이 됨에 따라 이러한 재정 '군살빼기' 움직임이 다른 지자체로 확산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초구는 내년 예산이 65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고 구조조정 계획을 준비중에 있다. 행사성 경비, 유지관리비 등 경상비용을 20% 줄이고 투자 사업도 재검토하기로 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올해 서초구 예산은 3166억원이었지만 내년에는 2500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보통 투자규모가 300억원이었지만 재정악화가 지속되면 신규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역시 올 예산(3800억원)에 비해 내년도 예산이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 일몰제를 적용해 예산편성을 원점에서 다시 수립하기로 했다.
반면 과거부터 재정자립도가 많이 어려웠던 여러 지자체들은 이번 강남구의 발표로 인해 여러 지자체까지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졌다는 의견에는 어폐가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정 자립도 41.2%로 서울시 자치구 중 하위권(25개구 중 15위)인 구로구는 강남구의 이번 발표에 대해 “강남구처럼 재정 자립도가 높은 구청에서 규모가 큰 민자 사업들을 축소나 폐지하는 것이 이번 구조조정의 주요내용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구는 재정자립도가 낮아 당초 큰 사업을 시작할 예산조차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우리구 뿐 아니라, 타 자치구들 역시 예산확보가 어려워 전시성 사업 등을 폐지하고 신규사업에는 손도 못 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거기다가 구민이나 구청직원 모두 예산 절감에 허리띠를 졸라메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