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컬럼]환율 전쟁의 끝은 '하이브리드' 인플레

입력 2010-10-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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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주의 망령과 변종 인플레로 경험 못한 재앙 올 수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환율 전쟁은 ‘더러운 전쟁’(Dirty War)이라는 점에서 이전과 크게 다르다. 다국간 협상과 공조, 조율은 없다. 상대방 국가에 대한 시장 간섭에서 비방 협박 배신까지 더러운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더러운 전쟁이 두려운 것은 국제질서와 금융시장에 ‘돌연변이 변종(變種·Hybrid)세포’를 침투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더러운 전쟁의 시작은 일본이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한국과 중국도 ‘공통의 룰’에서 책임있는 행동을 하라”며 한·중 양국에 외환시장 개입 자제를 요구했다. 그의 발언은 시장간섭이라는 점에서 미국과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놓고 벌인 기싸움과 크게 다르다.

이번 환율 전쟁을 촉발한 장본인도 일본이다. 일본은 지난달 중순 하루에 2조엔 어치의 달러를 사들여 엔화 가치를 낮추려 시도했다. 환율 안정을 위한 국제 공조와 신뢰는 산산조각났다. 일본 정부는 또 한국의 원화를 대량 매입할 것을 검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원화 가치를 올려 일본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자는 얕은 의도다. 어둠에 몸을 숨긴 채 한국의 뒤통수에 암전(暗箭)을 날렸다. 변종의 서막이다.

미국은 쌍둥이 적자(무역·재정)에다, 약(弱)달러에도 회복되지 않는 수출 경쟁력 등 자국의 구조적인 문제를 외부 탓으로 돌리다 못해 이제는 ‘유동성 상황 개선’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달러화를 찍어대겠다고 으름장이다.

앞서 하원은 지난달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겨냥한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법안’을 통과시켜 보호무역주의의 가능성을 높여 국제사회를 실색케 했다. 엉망진창이 된 글로벌 시장을 이미 용도 폐기된 카드로 협박하는 것 또한 변종이다.

환율 전쟁에 참전국이 많아진 것도 두드러진 차이점이다. 종전엔 미국 대 일본 등 몇몇 통화 강대국 간 국지전이 벌어졌지만, 세계화 탓인지 다국간 간 전면전으로 전선이 확대됐다. 태국은 바트화 절상을 막겠다며 채권시장의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15%의 자본이득세를 부과키로 했다.

환율 전쟁을 강도 높게 비난해온 브라질은 단기자본에 금융거래세 세율을 2%에서 4%로 2배나 높였다. 호주 인도네시아 등지의 중앙은행들은 환율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자국의 환율 전쟁을 후방 지원하고 있다. 중앙은행들이 본래 목적인 인플레와의 싸움을 포기하고, 통화정책과 경기부양에 나섰다. 이 또한 커다란 변종이다.

또 다른 점은 ‘공공의 적(敵)’이 뚜렷지 않다는 점이다. 1985년 미국 주도로 당시의 G5가 협력, ‘플라자협정’을 끌어내 일본의 무릎을 꿇렸다. 엔 가치를 강제로 상승시킨 것이다. 지금은 미국 EU 중국 일본이 적이자 파트너다. 이는 플라자 협정과 같은 환율 협약을 이번 환율 전쟁에서는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룰과 질서는 깨지고, 어둠 속에서 적과 동지를 구별하지 않고 암전을 날리고 있다. 변종은 금융시장 체내 깊숙이 침투했다.

암전을 날리고, 피아(彼我)가 불분명하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이번 환율 전쟁의 끝은 보호무역주의 망령의 부활과 인플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에게 보호무역주의는 치명타다. 인플레는 어떤가.‘하이퍼’를 넘어 ‘하이브리드’로 진화한 인플레는 변종 세포의 세력을 키우며 글로벌 시장 체내에 깊숙히 기생하고 있다.

도대체 언제, 어느 정도의 크기로, 어떤 모습으로 세계 경제를 강타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아마도 이제까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돌연변이’ 위기일 것이다. G20 정상회의는 1초, 1초 다가오고 있다. 우리 상황이 공교롭고 애매하다. 의장국으로서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위치에 있어 대놓고 환율 전쟁에 참전할 수도 없다.

대안을 제시할 수 없으니 기자의 짧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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