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방향 정립... 인력구조조정여부도 관심
LG전자가 지난 1일 구본준 부회장이 취임한 이후 본격적인 체질 개선작업에 나섰다. 오너 경영체제라는 확고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위기탈출을 위한 체질개선작업에 나서고 있다.
19일 LG전자에 따르면 안승권 LG전자 CTO(최고기술경영자)는 최근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미래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기존에 보유한 기술을 통해 신사업을 발굴하는 등 기술개발에 대한 방향을 수정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외부기술 활용 △R&D의 선택과 집중 △R&D 인재 확보·육성 △유연하고 자유로운 조직문화 정착 등도 함께 당부했다.
LG전자는 우선 CTO 부문을 중심으로 요소기술·융합기술·신사업 기술 준비에 집중키로 했다. 또 많은 정보들이 최대한 공개된 상황에서 외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오랜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판단, 외부기술을 적절히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안 사장은 신사업 발굴을 출발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기존에는 산업의 크기와 매력도, 우리와의 연관성을 고려해 신사업을 발굴했다”며 “하지만 신사업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미 보유한 세계 수준의 기술을 타분야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R&D에 있어 집중할 것과 버릴 것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선택과 집중’의 논리에 의거한 R&D 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안 사장은 이외에도 우수한 R&D 인재의 지속적인 확보 및 육성과 자유로운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힘써달라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구본준 부회장이 CEO로 선임되면서 LG전자는 투자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LG전자의 매출은 40조8500억원→49조3300억원→55조5300억원을 기록했지만 R&D투자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1조7000억원으로 동결된 바 있다.
삼성전자가 매년 매출액의 8~9%를 R&D에 투자하는 것에 비해 LG전자는 5% 이하의 R&D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부분은 3분기 실적발표와 연말 정기인사를 앞둔 시점에서 인력구조조정의 단행여부이다.
CEO가 임기 도중 교체되고 각 사업부장들이 교체되는 등 수뇌부가 변화한 만큼 임원들의 인력 및 조직 구조조정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LG의 전통적 기업문화상 인위적인 인력감축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사내에서는 인력구조조정의 가능성은 낮게 점치고 있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했을 당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경기가 어렵다고 채용을 하지 않고 인력구조조정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 바 있으며, 이는 LG의 핵심 인사원칙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구 부회장 취임과 함께 단행된 사장급 인사에서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이던 HE사업본부와 MC사업본부의 수장이 해고가 아닌 전보조치가 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위기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일정 부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해고는 아니더라도 인력재배치나 조직개편을 통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현재 구 부회장과 회사 고위 경영진은 인력구조조정과 투자규모, 내년 사업계획 수립 등에 대해 심도깊은 논의를 하고 있다. 오는 25일부터 구본무 회장과의 컨센서스 미팅(CM)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반기에 열리는 CM에서는 그동안의 경영실적을 점검하고 이듬해 사업계획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구본준 부회장의 경영 밑그림이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