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은 글로벌 IB에 내주고 해외나가면 종이호랑이

입력 2010-10-15 12:12수정 2010-10-15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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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실다지기' 명목 보수적 사업전략 일관

해외진출해선 교포ㆍ국내기업상대 영업만

증권ㆍ보험사 경쟁력 아직은 걸음마 수준

스위스의 최대은행 UBS는 자국 내 시장규모가 작아 합병을 통해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성공했다. 1998년까지만 해도 UBS는 수익의 80%를 스위스 국내에서 올렸다. 그러나 해외로 눈을 돌린 지 10년이 지난 지금 이 비율이 30%로 줄면서 은행 규모가 스위스 국민총생산(GDP)의 300%에 달하고 있다.

독일의 도이치뱅크도 독일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989년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증권사 모건 그레펠을 인수해 본격적인 IB사업에 뛰어 들었다. 이후 활발한 해외 금융기관 인수·합병(M&A)를 통해 지금은 세계 최대의 기업금융중심 투자은행(CIB)로 성장했다.

이들 UBS나 도이치뱅크는 자국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해 세계 최대의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성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사례에서 국내 금융회사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현재 ‘내실다지기’라는 미명하에 보수적 사업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 국내 금융회사들의 현 주소다.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은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위축된 점은 있다. 최근 세계화 추세와 신시장 개척의 필요성으로 해외 개발도상국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진출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은 선진국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은행 해외진출 알고 보면 속빈강정

해외진출이 활발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전 국내은행의 해외자산 비중은 2.8%로서 같은 기간 영국 HSBC(49.7%)나 일본 미쯔비시 UFJ(24.4%) 등에 비해 매우 작다. 국내은행의 해외수익 비중도 2.6%에 불과하다.

이는 국내 금융회사가 해외에 진출하더라도 현지화 부족과 국내기업, 국내거주자, 교포 등을 상대로한 국내관련 영업에만 주력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규모에 비해 은행의 규모가 작고 국내시장에만 치중하고 있어 국제경쟁력이 취약한 실정이다. 세계 100위 은행권 내에서 국내은행은 3개에 불과하고 1위인 국민은행도 69위 수준이다. 기본자본 기준으로 세계 1위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은 국민은행보다 약 11.2배 많다.

또 국내은행의 국제화는 선진국 은행들에 비해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다국적기업의 국제화 수준을 나타내는 TNI(transnationality index)는 국내은행 중에서 외환은행이 11.1%로서 가장 높은데, 이 역시 UBS(76.5%), 시티그룹(43.7%) 등 글로벌은행은 물론 일본 미쯔비시 UFJ(28.9%)보다도 현격히 낮은 수준이다.

규모, 인력, 경영능력, 경험 등에서 글로벌은행들보다 열위에 있는 상황이다. 진출전략 면에서도 현지화 미흡, 특정국가로의 쏠림 현상, 업종 선택의 단순성, 지역연구부족 등이 국내은행의 성공적 해외진출을 가로막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이 휩쓰는 국내 자본시장

국내 자본시장에서 글로벌 투자은행이 휩쓸고 있다. 그러나 국내 대형증권사들은 옆에서 지켜보는 모습을 종종 보이고 있어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 대형증권사는 글로벌 투자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세한 규모로 인해 초대형 M&A자문이나 유가증권의 발행·인수 건에서 글로벌 투자은행과의 경쟁에서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증권사들의 자기 자본 규모는 증가추세에 있지만 국내 3대 증권사와 글로벌IB의 자기 자본 규모는 차이가 매우 커 비교자체가 되지 않는다.

2008년 기준으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의 자기자본 규모는 각각 660억달러와 730억달러로 우리나라 대형 3사 자기자본 규모의 30배를 넘는 규모를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글로벌IB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자본력이 중요한 경쟁력 요소이기 때문에 국내 증권사의 자본력 확충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력 부족으로 현재 국내 증권사의 해외 진출 시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의 투자은행과의 합병은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어서 글로벌IB로 도약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6월말까지 국내 증권사의 해외 점포수는 81개로 중국, 홍콩, 베트남 등 아시아지역에 61개(75%)가 분포돼 특정지역 쏠림 현상이 심하다. 특히 해외지점은 오직 2개뿐이고 현지법인과 해외사무소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현지법인의 경우 업무영역도 제한적이어서 투자은행 면모를 갖춘 네트워크를 형성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상태다. 이들 현지법인들은 주로 위탁매매 중심의 증권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자산을 주로 예금으로 운용하는 등 소극적 영업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증권사의 해의 진출이 미진한 이유는 국내 증권사의 IB 업무 경쟁력부족과 영세한 자본력, 아시아권역을 비롯한 해외시장 공략에 있어서의 위험 노출에 대한 우려가 높았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무엇보다도 해외에서 활동할 수 있는 전문금융인력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어서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에서 글로벌 IB와 경쟁은커녕 걸음마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보험사 “해외진출이 뭐지요”

국내 보험사들은 국내 금융 산업 내에서도 비중이 25% 미만으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져 있다. 국내 금융산업 내에서도 뒤떨어져 있기 때문에 해외진출은 거의 형식상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나라 보험회사의 해외사업비중은 2009년 6월말 기준으로 생명보험 0.28%, 손해보험 0.5%에 불과하다. 지난해 생명보험사 해외점포는 780만달러 적자를 냈을 정도다. 아직 해외진출 초기여서 영업확장을 위한 영업비용과 책임준비금이 많이 지출되면서 나타난 손실이지만 여전히 해외시장 개척은 미미한 상태다.

현재 국내 생보사 해외 진출은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 3개 생명보험회사가 태국 등 5개국에 진출해 총 8개 점포(현지법인)를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 흥국생명, 동양생명 등 5개 생보사가 미국, 중국 등 6개국에 총 16개의 주재사무소를 두고 있지만 직원수가 1~2명에 불과해 정보수집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다.

손해보험사는 41개 점포(현지법인 9개, 지점 7개, 사무소 25개)중 14개 점포(현지법인 7개, 지점7개)가 손해보험업을 영위하고, 1개 법인이 보험중개업, 나머지 1개 법인이 투자업을 영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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