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신한지주 회장 왜 거취 고민하나?

입력 2010-10-1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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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퇴땐 모든걸 잃을 수도…위기의식

신한금융지주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11일 오전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이 직접 언론에 나서면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방침에 대한 입장을 밝혔지만 사태 봉합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권의 관심은 사태 수습을 위한 라 회장의 용퇴 여부에 관심이 쏠려 있다. 현재 신한사태를 마무리 짓고 조직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라 회장의 용퇴라는 것.

그러나 라 회장은 내년 3월 주총까지 회장직 유지와 관련“가능한 공백 없이 할 수 있기를 희망하지만 감독당국이 어떤 조처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해 당장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친 만큼 신한사태가 조기봉합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라응찬-신상훈-이백순 신한은행으로 이어지는 ‘빅3’의 동반퇴진 여부에 대해서는 “누군가는 수습해야 한다”고 말해 동반퇴진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뜻도 내비쳐 향후 신한사태의 전망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신한금융은 일단 라 회장에 대한 징계수위를 낮추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라 회장의 이의 제기 기간은 오는 18일까지. ‘직무정지 상당’이 아닌 문책경고를 받는 경우 연임이 불가능하고 향후 3년간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를 맡을 수 없지만 내년 3월 주주총회때까지 대표이사 회장직 유지는 가능해 후계구도와 조직 정비를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는 판단이다.

라 회장 역시 실명제 위반 혐의와 관련, “그런 것에 대해서는 상세한 자료를 제출하고 있으며 금감원이 나중에 판단할 것”이라고 말해 징계수위를 낮추는데 집중할 뜻을 내비췄다.

금융권 일각에서도 금융실명제 위반에 대해 직무정지 상당의 징계를 내리는 것은 너무 과하며 신한금융을 국내 대표 금융기관으로 키운 라 회장의 공로도 어느 정도 인정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한금융은 이에 따라 다음 달 4일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에서 라 회장의 징계 결과를 본 뒤 이사회 소집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라 회장‘실명제법 위반’쟁점은= 현재 라 회장에 대한 징계를 둘러싼 쟁점은 실명제법 위반과 신한금융 측의 조직적 검사 방해 등 크게 두 가지다.

금융감독원은 한 달 가량 진행된 현장조사를 통해 라 회장이 차명계좌 개설 등 실명제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할 만한 사실을 다수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또 제재 수위가 상대적으로 낮은 보조자나 감독자라기보다는 위반행위를 지시·공모하거나 적극 개입한 행위자, 다시 말해 실명제법 위반의 주범이라고 보고 있다.

실명제법 위반의 핵심이 명의도용인 만큼 실제 명의를 도용당한 사람이 있고, 현장조사 결과 이 같은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라 회장 측에서 금융실명제법 위반과 관련해선 혐의를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라 회장은 차명계좌 개설 혐의에 대해 “예전에 밑에 시킨 게 관행적·습관적으로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이어져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 관계자는 “라 회장이 직접 시킨 게 아니라 자금 관리를 밑에 직원들이 해왔는데 그게 관행적으로 이어져왔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한편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역시 예정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빠른 시일 내 조사를 마무리할 방침으로 관련 수사는 절반 정도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안경주 기자 ahnk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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