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 봄바람 부는데 수도권은 찬바람 쌩쌩
지방 광역시를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미분양이 줄고 있으며 입주율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집값도 조금씩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방 주택시장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수년동안 이어진 공급가뭄에 따른 당연한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올 초 대비 10월 현재 지방의 집값은 평균 3.38% 상승했다. 부산과 대전의 경우 각각 6.42%, 3.67% 상승했으며, 전북과 경남지역도 각각 7.22%, 6.62% 올랐다. 미분양 물량도 지난 2008년 연말 13만8670가구에서 7만5830가구(8월 기준)로 1년5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집값이 상승하고 미분양이 줄어들자 건설사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특히 가격 오름세가 뚜렷한 부산에서는 올 연말까지 1만여가구의 신규분양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부산지역 주택건설 업체인 (주)동일이 정관신도시에 내놓은 동일스위트(292가구)가 평균 7.8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분양 성공을 거둔만큼 다른 건설사도 앞다퉈 아파트를 분양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전망했다.
이에 반해 수도권 시장은 정반대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집값 하락세가 뚜렷히 나타나고 있는 것. 집값이 떨어지면서 추가 하락을 기대한 수요자들이 내집마련 시기를 늦추고 있어 하락세는 더 깊어지고 있다. 서울의 집값은 올 초 대비 2.56% 감소했고 수도권도 3.46% 하락했다. 분당, 일산 등 신도시의 경우 수도권 지역의 내림세를 주도하며 4.23% 떨어졌다.
집값이 하락하자 주택수요자들이 전세시장으로 몰리며 전세대란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1순위 청약접수를 시작한 강남 세곡, 강동 강일2, 송파 마천지구의 장기전세주택 1817가구에 7600여 명이 몰려 평균 4.18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것은 내집마련 보다는 전세수요자들이 늘고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수도권 집값이 하락하는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늘어난 공급물량과 정부의 값싼 보금자리주택 공급 정책 등의 영향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 중 수도권 집값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난 2007년 하반기부터 2008년 상반기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밀어내기식 분양을 꼬집었다.
당시 분양했던 수도권의 아파트가 2~3년의 시차로 인해 최근 집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 밀어내기식 분양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입주물량이 많았던 고양시와 용인시 등 신도시의 집값 하락폭이 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큰 것은 이를 방증한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건설사들은 2007년 하반기부터 2008년 초까지 미분양 물량이 많았던 지방 공급을 줄이고 분양불패 신화를 이어가던 수도권 지역에 아파트를 대거 분양했다”며 “이것이 지방과 수도권의 양극화 현상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이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