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일본에서 시작된 글로벌 환율전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국의 양적완화 확대 등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통화정책이 엇갈리면서 갈등 역시 고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회에 걸쳐 글로벌 환율전쟁 추이를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수출이 밥줄...주요국 통화절하에 총력
② 中, EU 위안 절상 압박하지 마라
③ IMF 경제전망...선진국 부진
세계 주요국의 자국 통화 평가절하 의지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개발도상국들이 성장을 지향하고 수출 주도형 국가들이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면서 불가피한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 경제전문채널 CNBC방송은 6일(현지시간) 각국이 서로 다른 이유에서 통화절하를 추진하고 있지만 한 가지 공통된 맥락은 세계 시장에서 자국의 상품가격이 다른 수출형 주도 국가들에 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달러 약세는 전세계적인 상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금 등 금속가격을 사상 최고로 끌어올렸다. 주식과 채권도 글로벌 외환시장의 변동에 요동치고 있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 일본이 가장 먼저 경기부양 조치를 펼치며 통화절하 의지를 내비쳤다.
일본은행(BOJ)은 5일 정례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4년 3개월 만에 제로 금리를 부활시키는 등 예상을 뒤엎는 추가 금융완화를 결정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도 경기부양을 위해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취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션 오스본 TD시큐리티 수석 외환전략가는 “현재 통화절하를 위한 적절한 환경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글로벌 경제성장 전망이 매우 불확실한 가운데 특히 수출 의존형 국가들이 자국 통화절하에 따른 상품가격 상승으로 이득을 취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레이더들은 달러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다. 이날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월 19일 이후 하루 기준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지난 2월 3일 이후 8개월래 최고로 치솟았다.

각국의 환율절상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중국의 위안화 절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지난 4일 아셈(아시아·유럽 정상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중국 위안화가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올리 렌 EU 경제 통화담당 집행위원도 “유로 약세가 이어질 경우 EU의 경제회복은 지연될 것”이라면서 “위안화 절상은 주요한 교역 파트너 관계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CNBC는 각국의 통화가치 변화가 글로벌 경제 회복과 함께 무역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해석했다.
오스본 전략가는 “경기침체가 아직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협력 수준이 약화되고 있다”면서 “환율전쟁은 무역전쟁이 확대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G4(미국·중국·일본·EU)를 중심으로 촉발된 환율 전쟁은 신흥국들까지 동참하며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저평가된 통화를 보유하고 있는 경제대국이 통화 절상을 막는 것이 다른 국가의 통화절하를 부추긴다”면서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재차 요구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 6월 위안화 환율의 유동성을 높이겠다고 전격 발표했지만 지금까지 달러 대비 위안은 고작 2% 상승하는데 그쳤으며 유로에 대해서는 오히려 9% 하락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점진적인 위안화 상승은 이미 시행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위안화 절상 속도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아시아 각국들은 최근 급등하고 있는 자국 통화를 억제하기 위해 환율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