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취임 20개월을 맞은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공격적인 경기부양에도 경제회복이 요원해지면서 정책 변경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4회에 걸쳐 오바마노믹스를 진단한다)
<글 싣는 순서>
① 위기의 오바마노믹스 어디로
② 구제금융과 헬쓰케어는 실패작?
③ 통화당국도 혼선...헷갈리는 버냉키
④ 美경제 더블딥 피할수 있을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오바마노믹스(Obamanomics)'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드라마 같은 선거전을 치르는 등 숱한 화제 속에 오바마가 미국 44대 대통령에 취임한지 1년 8개월이 지났다.
금융위기에 허덕이던 미국 경제는 공격적인 경기부양책과 막대한 구제금융으로 회복을 모색했지만 경제 상황은 녹록치 않은 상태다.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에 이어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를 겪은 미국 경제는 여전히 불안함 그 자체라는 평가다.
비판론자들은 오바마노믹스의 실용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중산층 확대를 위한 부의 재분배와 고정관념을 배제하는 실용주의를 외쳤지만 경제를 살리는데 별다는 기여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고용시장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9%대 중반을 지속하며 두자릿수에 바짝 다가선 상태. 연말에는 10%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용시장이 나아지지 못하면서 지난 7월에만 38만1000명이 일자리 찾는 것 자체를 포기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2013년까지 13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업률은 6%대로 떨어져야 한다.
경제전문매체 더스트리트는 3년 안에 13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려면 매월 32만명이 취직해야 한다면서 현재 상태를 감안할 때 이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재고조정을 감안할 때 재화와 서비스 수요는 매년 1% 증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분기 소비지출과 정부 구매는 4.4% 늘어났지만 수입이 늘면서 무역적자는 3.4% 증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기본적으로 소비를 진작시키는 동시에 세금을 늘리고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지만 이같은 방법이 먹히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금 인상은 사치품 같은 비필수재의 소비를 축소시킨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법인세 혜택을 줄이고 규제를 강화하면 기업들이 국내 생산을 줄이고 중국과 같이 인건비가 싸고 규제가 적은 국가로 생산기지를 이동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고용을 줄이는 등 내수진작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금융위기 이전 부시 행정부 당시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19.6%를 지출했다. 재정적자는 1610억달러였다.
오바마 행정부 들어 정부 지출은 GDP의 25.1%로 늘었고 내년 적자는 1조30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마련한 787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의 대부분이 일자리를 만드는데 비효율적으로 사용됐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예들 들어 그린산업을 육성한다며 막대한 자금이 녹색빌딩 건축에 투입됐지만 이는 비용만 늘릴 뿐 상업공간 창출에도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고용 효과도 제한됐다는 것이다.
TARP(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를 통해 금융권에 쏟아부은 2조달러에 대해서도 대형은행에게만 혜택이 들어갔을 뿐 8000여개의 지역은행은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한 채 흐지부지 쓰였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250여개 지역은행은 이미 문을 닫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오바마노믹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위축된 기업 심리를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앨런 멜저 카네기멜론대 경제학 교수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을 통해 "정부의 정책이 기업 투자와 경제성장을 막고 있다"면서 "의료보험 개혁과 배출총량거래제가 가장 큰 불확실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출 확대를 통한 경제활성화 정책 역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출범 20개월이 지난 오바마 행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법인세 인하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WSJ는 지난 1981년 레이건 행정부 당시 법인세 인하 1년만에 경제가 회복해 성장률이 9%를 웃돌았다고 전했다.
경제정책의 약발이 먹혀들지 못하면서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당인 민주당에는 비상이 걸렸다.
갤럽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전역 유권자 15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공화당이 51%의 지지율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이로서 공화당은 5주 연속 민주당에 대해 우세를 이어간 셈이 됐다. 갤럽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이 10%포인트 차로 이긴 것은 1942년 이후 처음이다.
오는 11월2일 실시되는 중간선거에서는 하원 435개 전의석과 상원 37개 의석, 37개주와 2개 미국령 주지자사 선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