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가계부채 과도하게 늘지 않을 것" ...전문가 " 금리인상 진행 등 부실화 가능성 높아"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 70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정부의 8.29 부동산 정책이 가계빚을 늘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가계부채 금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증가세를 이어왔고, 가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OECD 평균을 상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로 추가 부채가 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29일 DTI 한도를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은행 자율에 맡기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2010년 2분기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6월말 국내 금융기관의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잔액은 1분기보다 15조8000억원 증가한 754조9000억으로 집계됐다.
이중에서 가계대출은 전분기 대비 15조1000억원이 급증해 사상 처음으로 700조원을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DTI 규제 관련 별도의 가이드라인 없이 은행 자율에 맡길 경우 대출이 증가해 가계부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가계부채 금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증가세를 이어왔다. 부채의 증가 속도도 문제지만, 소득대비 부채비율의 증가세도 가파르다. 우리나라의 가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OECD 평균을 상회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용카드 위기를 통해 대규모 가계 구조조정을 한차례 경험한 국내은행 입장에선 중소기업 여신리스크 대비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이 크게 와 닿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가계부채 부담이 완화될 기미가 없고, 더군다나 최근 금리 조기인상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점은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어 언제까지 안심만 할 수는 없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정부의 8.29 정책으로 인해 대출이 폭증하거나 금융기관 건전성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보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과도하게 가계부채가 늘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소득 5000만원인 수요자가 6억원 규모의 주택을 사려고 하는 경우 DTI 규제 완화로 인한 대출금액 증가 효과가 6억원짜리 주택의 경우 1000만원, 9억원짜리 주택은 1억6000만원의 증가 효과에 불과하다고 예를 들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과는 차이가 상당하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정부에선 부동산시장 침체에 보다 배려한 모습이다”고 말했다.
한국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120%에 달하다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다시 상승 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원은“정부가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기준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의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조치로 인해 추가로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진다면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풀어줬던 DTI 완화 조치를 거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NH투자증권 김은갑 연구원은 “연소득 3000만원 가구가 5억원 주택 매입시 대출가능 한도가 기존 1억7000만원에서 2억5000만억원으로 상향되는 것으로 발표됐지만 (비투기지역, 20년 만기, 금리 6%) 2억5000만원 대출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92%가 돼 실질적인 대출 가능 한도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이 정도의 DTI 적용은 가계부실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규 분양 등 이사의 필요가 있는 가구의 경우 일시적 1가구 2주택 상황이 되는 대출이 가능해져 DTI 자율결정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지만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2주택 상황이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다면 가계부실화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대출한도 확대가 저소득층에 초점을 맞춰 이루어졌기 때문에 소득중 원리금 상환비용의 비중이 매우 높은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며 “이러한 대출증가와 함께 금리인상이 진행된다면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