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서민정책 왜 문제인가]
"부동산 활성화 대책 마련 서둘러야 한다"
DTI 문제 정책혼선 야기...집값 16개월래 최대 하락 부추겨
집값 추가하락시 버블붕괴 가능성...정책결정 빠를수록 좋아
실종된 주택거래에 수개월째 하락하는 집값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정부 부처간 이견으로 정책 혼선까지 빚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은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침체가 더이상 지속된다면 부동산발 경제위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도 부동산 시장 거래 활성화와 가격 폭락을 막기위해 한시라도 빨리 대책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팔장을 낀 채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달 부동산 활성화를 위해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금융위원회 등 경제장관 회의를 통해 한두차례 논의한 것이 전부다. 이마저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연기됐다.
경제장관회의에서 이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은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문제다. DTI란 총소득에서 부채의 연간 원리금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금융기관들이 대출금액을 산정할 때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활용하고 있는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과 비슷한 개념이다.
간단하게 DTI가 40%로 정해져 있는 지역에 연소득 1억원인 사람이 집을 사려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4000만원을 초과하지 않도록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DTI 완화를 놓고 합의점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재정부의 태도변화 때문. DTI 규제완화에 줄곧 반대를 표명하던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경제장관회의 직전에 "영원불변한 법칙은 없다"고 밝혀 DTI 규제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으며 시장의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하지만 정작 지난달 22일 경제장관회의에 돌입하자 입장을 바꿔 DTI 규제 완화는 안된다고 반대표에 손을 들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DTI 규제완화를 반대한 속내는 청와대의 친서민 정책에 위배된다는 다분히 정치적인 논리가 적용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정부의 이같은 오락가락 정책은 부처간 이견을 낳게하고 시장 혼선으로 이어지며 집값 하락을 더욱 부추겨 시장을 패닉 상태에 빠뜨리는 결과를 낳게 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연구소가 조사한 7월중 전국 집값 동향에 따르면 주택매매가격은 작년 3월 이후 16개월만에 하락 반전됐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에서는 지난달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35% 하락해 금융위기 여파가 절정에 달했던 2008년 12월 -0.91%를 기록한 이후 1년7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대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대책을 마련해 발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부성 부동산부테크연구소장은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늦어질수록 집값 하락폭은 커질 것이고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악화될 수 있다"며 "추가하락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느긋한 행동을 취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도 "수도권 지역의 집값의 경우 실거래가 기준으로 많게는 25%까지 급락한곳도 속출하고 있다"며 "정부가 시장 안정화를 위해 빨리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