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근의 재계산책] 현정은 회장, “남편의 가호가 깃들기를”

입력 2010-08-04 11:34수정 2010-08-0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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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얼굴에는 근심이 잔뜩 서려있었다. 이날은 故 정몽헌 회장의 사망 7주기가 되는 날이다. 현 회장을 비롯한 현대그룹 사장단 및 임원 200여명은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창우리 선영에 참배했다.

현재 현대그룹은 대내외적으로 큰 시련을 겪고 있어 현 회장의 고뇌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남북관계는 경색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해 그룹의 대표사업인 대북사업은 답보상태다.

지난해 8월 현 회장의 방북으로 사업재개에 대한 희망이 있었지만, 곧 이은 개성관광 중단과 천안함 피격 등으로 대북사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언제 재개될 지도 미지수다. 남북 관계의 경색이 장기화할 경우 자칫 이대로 끝나버릴 수도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채권단과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다고 있다. 채권단은 신규대출 및 만기연장을 금지하는 등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룹 측도 이에 굴하지 않고 미리 확보한 현금유동성과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이 해운시황의 호조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자만 힘에 겨운 게 사실이다.

현 회장은 이처럼 어려운 그룹 경영환경에서 맞은 남편의 기일이 과거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을 것은 분명하다.

소위 경영의 '경(經)'자도 모르고 남편 내조에만 전념하던 한 여인이 남편의 사망 이후 재계를 대표하는 그룹의 총수로 자리매김한 지도 어언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위기 속에서 시작한 현 회장의 그룹경영은 '자신감'과 '긍정'으로 요약된다. 회사 임직원들에게도 늘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도록 주문했다.

이같은 현 회장의 노력은 지난해 8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과 11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뽑은 '주목할 만한 세계 50대 여성 기업인'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는 등 대외적인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현재 상황이 현대그룹과 현 회장에게 있어서는 가장 위기 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여성특유의 '감성경영'과 그가 늘 강조한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있다면 그룹 구성원들과 함께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인생의 반려자의 묘소 앞에서 그는 어떤 마음을 갖고, 어떤 기도를 할까. 고 정몽헌 회장에게 현 회장 자신, 가족, 그룹 전체 식구들의 안녕을 빌어달라는 마음을 전달할 것이다.

그룹의 총수로써 모든 경영결과를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고 있지만 현 회장은 자신보다는 그룹 가족들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이 더 간절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오히려 회사 임직원들이 현 회장에게 이런 말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President, May the force be with you(회장님, 신의 은총이 늘 함께 하니 파이팅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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