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식탁 '빨간불'...애그플레이션 공포
(편집자주: 전세계가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애그플레이션(Agflation)'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주요 농산물 생산지인 러시아와 중국 등이 폭염과 폭우에 휩쓸리면서 밀 가격은 2개월새 50% 이상 급등했고 커피와 설탕 가격 역시 급등세다. 3회에 걸쳐 글로벌 식품 물가를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서유럽 폭염 사태..식품 물가 비상
② 기호식품도 없다...커피, 코코아도 비상
③ 中 잇따른 자연재해...먹을 것이 없다
밀 등 곡물 가격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커피, 코코아 등 기호식품 가격도 잇따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기상 악화와 운송 지연 등으로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투기수요가 유입돼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수급 상황이 좋지 않은 기호식품인 커피, 코코아 등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두커피의 주 원료인 아라비카 커피 가격은 12년 최고치를 기록했다. 커피 재고량 감소로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가격 상승을 예상한 투기세력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전 파이낸셜 마켓츠의 보이드 크루엘 수석 분석가는 "커피 가격이 지난 6월 이후 지나치게 급등했다"면서 "시장에 최근 두 달간 자금이 몰렸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의 펀더멘탈은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커피 가격 급등은 글로벌 커피 재고량 감소에 따른 결과다. 뉴욕 ICE의 아라비카 커피 재고량은 20개월 연속 감소하며 지난 2008년 11월 이후 54%나 줄었다.
글로벌 커피 공급 상황은 여전히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세계 최대 아라비카 커피 생산지인 콜롬비아의 지난해 커피 생산량은 780만자루(60kg)로 33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8년 생산량인 1110만자루의 3분의 2에 불과하다.
대규모 커피 재배지역인 브라질의 기상 악화도 생산량 감소 우려를 확산시키고 있다.
브라질에 이번 달부터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주요 항구의 선적이 지연되며 커피 공급 부족 상황을 악화시킬 전망이다.
인스턴트 커피의 주 원료인 로부스타 커피 가격도 공급 부족으로 올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런던 국제금융선물옵션거래소(Liffe)에서 로부스타 커피 9월물 선물 가격은 t당 171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30일에는 t당 1810달러로 지난 2008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코트디부아르, 가나 등 코코아 주요 생산지의 기상 악화로 코코아 작황에 피해가 발생해 수급이 불안한 가운데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코코아 9월물 선물 가격은 뉴욕 ICE에서 t당 3058달러, 런던 Liffe에서는 t당 3599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지난달 코코아 가격은 이미 33년래 최고 수준으로 오른 상태다.
코코아 가격 급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세계 최대 코코아 생산지인 코트디부아르의 생산 부진 때문.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세계 코코아 공급 물량의 40%가 생산되고 있다.
세계 최대 초콜릿 제조업체 발리깔레보의 유르겐 스테인만 최고경영자(CEO)는 "코코아는 현재 시점에서 부족한 재료"라면서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코코아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이 코코아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5일 국제 상품 시장에서 대표적인 헤지펀드인 아마자로펀드를 운용하는 앤서니 워드 매니저가 코코아 가격을 올리기 위해 물량을 집중적으로 매집해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워드 매니저는 현재 연간 전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7%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아마자로가 런던 Liffe에서만 코코아 선물에 10억달러를 투자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