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의 금융투데이]절묘한 타이밍, 외환은행 분기 배당

금융은 돈이 가장 중요하니 정치적인 얘기는 일단 접어두고 현대그룹 파국과 관련된 사태를 돈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외환은행을 비롯한 채권은행단들이 현대그룹의 대출 만기연장 중단 방안을 결정한 가운데 현대그룹도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함께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로 결정해 양측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로 기업의 여신회수는 '사형선고'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전대미문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 최근 매각을 앞둔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분기 배당을 결정했습니다. 무려 500억원에 달할 거라는군요. 외환은행 대주주로 지분 51%를 보유한 론스타는 이번 분기배당을 통해 약 250억원 가량을 챙기게 됩니다.

론스타는 지난 4년 연속 배당으로 총 8559억원을 챙겼는데 이번 분기 배당을 포함하면 8800억원 이상을 배당금으로 가져가게 됩니다.

여기에 2007년 외환은행 지분 13.6%를 매각하면서 받은 1조1927억원까지 더하면 2조700억원 가량으로 론스타의 회수금액은 투자 원금2조1548억원에 육박합니다.

자신의 배는 끝없이 채우면서 고객은 사지로 몰아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외환은행과 현대그룹의 파국 핵심엔 ‘현대건설’이 있습니다.

현재 현대상선 지분구조 중에서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8.3%)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현대건설 인수 계획을 밝힌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현대그룹 경영권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현대건설 지분을 8.72%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면 외환은행은 채권 회수가 가능해집니다.

결국 채권 회수가 가능해지면 외환은행은 더 많은 연말 배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거기에 분기배당까지 결정했으니 론스타는 대박이 나겠군요.

물론 이러한 행태는 비단 외환은행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정부의 예금자 보호와 위기 때마다 공적자금을 받아쳐먹은 은행들은 이제 서민들의 등골을 빨아먹고 있습니다. 은행의 공공성이란 이미 물 건너간 지 오래입니다.

기업과 개인, 특히 힘없는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겐 한 없이 냉정한 은행들을 보면 ‘친서민은행’, ‘고객 위주의 서비스’란 말들은 허공의 메아리에 불과합니다.

그들이 말하는 고객이란 고액 자산가들일 뿐입니다. 서민들이 은행에서 줄서 기다리고 있을 때 고액자산가들은 따로 마련된 VVIP룸을 찾아가는 형국 말입니다.

그런데도 중재에 나서야 할 금융 당국은 오히려 부채질을 가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누구를 위한 은행인지는 이미 말했으니 언급할 필요가 없겠지만 정부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강 건너 불구경' 이란 말이 딱 들어맞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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