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逆)전세난에 월세아파트까지 속출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전세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새 아파트 공급이 몰린 곳은 만기가 돼도 전세를 빼주지 못하는 '역(逆)전세난'이 나타나는가 하면, 기존 주택이 안 팔려 담보대출을 받는 수요가 늘면서 일부 지역에선 '월세 아파트'가 쏟아지고 있다.
27일 용인 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 성복 힐스테이트, 성복자이, 동천 래미안 등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크게 늘면서 전셋값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입주금을 마련하지 못한 계약자들이 새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으면서 기존 아파트 전셋값까지 끌어내리는 모양새다.
용인 성복동 L아파트 161㎡형의 전세 호가는 현재 1억7000만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1000만~2000만원 가량 하락했다.
죽전지구 D아파트 161㎡형 전세도 2억원에서 최근 1억8000만원으로 2000만원 내렸다.
죽전 K공인 관계자는 "마감수준이 좋은 동천 래미안 등에서 전세 물건이 나오면서 기존아파트 전세 수요가 줄어든 게 사실"이라며 "전세 시세를 얘기하기가 민망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세 물량이 늘면서 '역전세난'도 본격화하고 있다.
T공인 대표는 "전세 만기가 지났거나 코앞에 닥쳤는데도 새롭게 전세를 놓지 못하는 집들이 생기고 있다"며 "이 때문에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분쟁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파주시도 운정지구 등 새 아파트 입주로 전세금이 약세를 보이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파주 교하읍 W아파트 109㎡형의 경우 2년 전 전셋값이 8500만~9500만원선이었으나 현재 최하 7500만원으로 떨어지면서 집주인이 전세금을 2000만원까지 돌려줘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보증금 차액을 마련하지 못한 집주인들은 전세를 빼지 못해 세입자들과 다툼을 빚고 있다.
N공인 관계자는 "운정지구 새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기존 주택은 전세 빼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세입자는 제때 이사를 하지 못해서, 집주인들은 전세차액을 마련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만기가 지나도록 세입자를 못 구한 경우 전세가 나갈 때까지 세입자에게 보증금에 대한 이자를 물어주는 집주인들도 있다.
대형 아파트 공급이 많은 곳은 대형 전셋값이 중형보다 싼 가격 '역전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용인 성복동 L아파트 205㎡형은 전세 시세가 현재 1억6000만~1억7000만원으로 161㎡형보다 싸다.
용인 S아파트 159㎡형의 전세금은 최고 1억8000만원이지만 192㎡형은 1억7000만원에도 얻을 수 있다.
때아닌 '월세 아파트'도 증가하고 있다.
살던 집이 안 팔리자 새 아파트 입주 잔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경우가 늘어난 까닭이다.
대출금이 많으면 최악의 경우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에 전세를 놓을 수가 없다.
고양시 덕이동 일대에는 최근 잔금마련용으로 담보대출을 받은 아파트가 늘면서 월세물건이 늘고 있다.
덕이동 D공인 관계자는 "월세는 주택경기가 좋을 때 늘어나는 게 보통인데 지금은 전세를 놓지 못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월세로 돌려 내놓는 것"이라며 "월세가 너무 많아 되레 전세가 부족할 정도"라고 말했다.
일부 집주인들은 담보대출 이자를 갚기 위해 월세를 내놓기도 한다.
월세물건이 쌓이면서 월세가격도 약세다.
덕이동의 전세금 1억원짜리 아파트는 월세의 경우 보증금 2000만원에 월 80만원이었으나 현재는 월세가 60만원으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도 수도권 입주 아파트가 홍수를 이루면서 전세시장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용인의 경우 7월 현재까지 7690가구가 입주를 시작한 데 이어 8월 이후 6457가구가 추가로 입주한다.
고양시와 파주시도 8월 이후 각각 1만2477가구, 6321가구가 무더기로 집들이를 할 예정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수도권 입주물량이 늘면서 입주가 한꺼번에 집중되는 곳은 역전세난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전세가격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대체로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