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가 주가연계증권(ELS)을 판매한 뒤 주식을 고의로 대량매도해 조기상환 조건의 충족을 방해했다면 원금 손실을 본 투자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황적화 부장판사)는 1일 ELS 투자자 정모씨 등 2명이 대우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상환금 청구소송에서 "대우증권은 2억7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우증권이 ELS 중간 평가일 거래 종료 직전에 기초자산을 대량매도해 중도상환 조건이 성취되지 못했으며 이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주가가 공정하게 결정되고 그 가격이 중도상환 조건을 충족하면 상환금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투자자의 정당한 신뢰와 기대를 해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우증권의 대량매도는 신의성실에 반한 방해행위이며 만약 이런 행위가 없었다면 정해진 중도상환 조건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우증권은 지난 2005년 기초자산인 삼성SDI의 주가를 4개월마다 평가해 기준가격보다 높거나 같은 경우 등의 조건이 충족되면 정해진 수익률에 따라 투자자에게 조기 상환하는 ELS를 발행했다.
정씨 등은 이 상품에 4억9000만원을 투자했지만 대우증권이 중간평가일이 임박해 해당 주식을 대량매도하는 바람에 목표가 주가에 미치지 못해 조기상환을 받지 못했으며 결국 2008년에 만기 상환금 등으로 애초 투자금보다 적은 3억2000여만원을 지급받았다.
이들은 `증권사는 특정 종목의 시세변동을 유발하는 주문 또는 매매를 하지 말아야 하는 등 공정한 거래질서를 유지해야 하고 고객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하는데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