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정책적 사명감보다는 이용자 편의 생각해야
“여름휴가를 제주도로 간다면 비행기를 타고 가지만 부산으로 간다면 KTX를 타지 않는다”
이유는 뭘까. 한번쯤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가본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국제공항에 내리면 손쉽게 렌터카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KTX를 타고 부산역에 내리면 180도 다른 상황에 직면한다. 버스와 지하철을 몇 번씩 갈아타고 여름휴가를 즐기는 것을 달가워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난 24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전 국회국토해양위원회 위원장)이 주최한 철도 100인 포럼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한국교통연구원 이재훈 철도교통연구실장의 ‘저탄소 녹색성장 견인을 위한 철도투자 확대방안’ 발제가 있었다. 그는 투자기조 전면 개편을 요구하면서 “저탄소 녹색성장 구현을 위해 교통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도로에서 철도 등 녹색교통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소배출이 높은 도로교통보다는 녹색교통수단의 중심인 철도에 우선 투자하여 ‘국토 공간 및 교통체계에 녹색성장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발제 후 이어진 토론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KBS 김시곤 해설위원은 “교통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용자 입장에서 보겠다”며 “무작정 투자확대방안을 논할게 아니라 철도 수요가 일어나게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수요가 있어야 공급을 늘리는 것”이라며 “너무 녹색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적 사명감으로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용자 편의를 생각해서 연계교통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훨씬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자동차와 철도를 대립적 개념으로 보면 안된다”면서 “둘의 보완적 관계가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철도의 장점은 결국 환경성에 있는 것인데, 전기자동차가 상용화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반문하고 “환경성이라는 장점도 살리되, 철도의 고효율 주행 장점을 살려 대량 수송을 더 극대화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 조언했다.
한편 발제에 나선 이 연구실장의 예비타당성 조사 기준 변경 제안에 공감이 이뤄졌다. 그는 “철도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예비타당성 평가체계 개선이 시급하다”며 “현 평가체계는 저탄소 녹색성장 구현을 위한 녹색가치 반영이 미흡하고 에너지 위기에 대한 고려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예비타당성 조사 때 현재 3순위의 환경성 항목을 1순위로 이동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철도 100인 포럼은 지난 2008년 이병석 의원을 주축으로 여ㆍ야 국회의원과 정부ㆍ산ㆍ학ㆍ연 등 사회 각계 인사들로 구성됐다. 국내 철도산업의 부흥을 위한 정책제안과 입법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포럼에 앞서 박희태 국회의장,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송광호 국토해양위원장 등의 축사가 있었고, 다수의 국회의원을 포함한 내ㆍ외빈 약 2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