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뒤흔드는 强달러 시대
(편집자주: 헝가리발 악재까지 터지면서 글로벌 외환시장이 갈피를 못잡고 있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원화는 하루 두자릿수 등락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유럽발 재정위기 사태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각국을 둘러 싼 경제·정치적 환경도 외환시장의 흐름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6회에 걸쳐 글로벌 외환시장의 현황을 분석하고 이에 따른 여파를 진단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강달러 시대 왔다...외환시장 출렁
② 유로 추락 어디까지
③ 유로 유로 유로...日수출기업 죽을 맛
④ 中 위안 절상 언제?
⑤ 요동치는 원화 어디로?
⑥ 수출기업 채산성 맞추기 비상
최근 이어지고 있는 원-달러 환율의 급등에 국내 산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자, 자동차 등 수출기업의 경우 달러가치가 상승하게 되면 수출이 늘어나 매출 및 이익이 증가해 수익성이 향상된다. 정유나 석유화학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업종에서는 원재료 구입비용이 높아져 판매제품 마진이 줄어들어 수익성이 악화된다.
하지만 지난 1997년 IMF 사태 이후 국내 대기업들은 해외공장 진출, 결제통화 다변화, 환헷지 등 외환시장의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들을 마련해 과거에 비해 외환시장 변화에 크게 당황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외환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은 높아졌지만, 여전히 환율 변화는 국내 기업들에게는 경영상의 주요한 변수중의 하나"라며 "환율동향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면서 사업에 미칠 영향을 꾸준히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항공업계 '환율변동'에 민감
최근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곳은 항공업계이다.지난달 25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1270원까지 치솟았으며 8일에도 1240원대로 장이 시작하는 등 환율이 요동을 치고 있기 때문.
이처럼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항공업계는 유류비 부담의 증가와 함께 여행수요의 감소로 수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7~8월 성수기를 앞두고 여행수요가 감소하게 될 경우 항공업계뿐만 아니라 여행업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게 된다.
대한항공의 경우 원/달러 시장에서 환율이 10원 변동하는 경우 약 50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최근처럼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외화평가손익은 자금흐름(Cash Flow)과는 직접적 관계는 없지만, 캐쉬 플로우 측면에서도 환율이 10원 변동하는 경우 200억원 이상의 자금 변동이 발생한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원유를 수입하는 정유업계 역시 최근과 같은 달러 강세의 분위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유업계는 원유수입에 따라 상당수준의 외화부채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매출의 절반 이상을 수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더라도 환차손의 발생으로 세전이익에는 악영향을 미치나, 수출가격 상승에 따라 영업이익은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최근에는 유가하락 폭이 커 외환익스포저(외환위험노출)가 줄었으며, 유가하락폭이 환율 상승폭보다 큰 상황인 점도 환 충격을 줄이는 데 일조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하지만 최근의 환율급등이 달갑지 않은 이유는 증가하는 경영불확실성 때문"이라며 "정유업계는 환율의 시장급등에 따라 시장변동성이 커진 만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외환 위험노출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원재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업계와 시멘트 업계 등도 달러강세가 이어질 경우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어, 환율변동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수출주력업종, 긍정·부정적 요인 혼재
대표적 수출업종인 전자업계와 자동차업계는 달러 강세가 마냥 호재로만 작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전자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달러강세가 지속되면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해외 공장의 네트워크, 부품과 완제품 사업의 복합구조 등으로 환율에 의한 영향이 복합적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달러강세가 호재 또는 악재 등 이분법적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LG전자의 경우에도 결제통화를 다변화하고 있어 과거처럼 원/달러 환율의 변동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입 부품과 설비, 원자재 등의 구매비용이 높아져, 달러 강세가 반드시 호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도 달러강세 현상에 대해 우선 반기는 내색이다. 수출 비중이 70%가 넘는 현대·기아차의 경우 환율이 연평균 10원 상승할 경우 약 2000억원의 매출 상승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이외에도 해외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수익이 늘어나는 만큼 다양한 마케팅 정책을 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율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내수시장 위축이 발생할 경우 부정적인 영향도 크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환율변동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환율상승에 따른 대책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최근과 같이 달러강세가 장기화된다면 대체소재 개발이나 부품의 해외공장 현지조달 비중을 늘리는 방법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