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두산家 3·4세 ㈜두산 통해 그룹 장악

입력 2010-06-07 09:53수정 2010-06-0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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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 해소위해 계열사 매각…박정원 회장 등 4세 8명 경영 참여

"리스크 관리를 통해 경기침체란 파고를 헤쳐 나가면서 내적으론 롤과 시스템을 재정비 해야 한다."

지난해 3월 두산그룹 회장을 맡은 박용현 회장의 취임일성이다. 두산그룹은 지난 2007년 '밥캣' 인수와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까지 맞물려 유동성 논란으로 홍역을 치뤘지만 박 회장은 '현장과 소통경영'을 전면에 내세워 그룹의 체질 개선에 앞장섰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지시만 내리는 '탁상경영'은 지양했다. 1년간 박 회장은 국내외 출장 총 20회 이상, 비행거리로만 총 10만㎞ 이상을 다녔다.

박 회장의 취임과 함께 두산은 변하기 시작했다. 3년간 준비했던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완성한데 이어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해 6월 ㈜두산과 재무적 투자자가 각각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해 지분을 51대49 비율로 인수하는 방식으로 두산DST 등 3개 계열사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매각, 7808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그 결과, 올해 4월말 기준으로 자산 총액은 26조7000억원으로 전년대비 6000억원 감소했지만 매출액 17조2080억원, 부채 19조3430억원, 부채비율 206.94%을 기록하면서 재무건전성이 좋아졌다.

◇ 강력 구조조정과 공격적 투자

두산그룹은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시작으로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한 구조조정이 과감하게 진행했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앞두고 진행된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회사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박 회장은 과감한 결단으로 안정적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받고 있다. 구조조정을 끝낸 뒤에도 과감한 투자가 뒤따랐다. 지난해 9월 두산은 체코의 발전설비 업체인 스코다파워를 4억5000만 유로에 인수했다.

경기불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무리한 투자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하지만 그는 "반드시 필요한 인수"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발전소 핵심설비인 터빈의 원천기술이 없었던 두산으로선 스코디파워가 어느 기업보다 필요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의 다음 프로젝트는 '글로벌 생산기업 구축'이었다. 두산중공업과 두산메카텍은 지난해 5월 베트남 쭝꾸엇 지역에 '두산비나'라는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총 3000억원의 투자비가 들어간 두산비나는 보일러 공장, 석유화학설비공장 등 5개 공장은 물론, 자체 부두와 항만설비 등을 갖추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9월 중국 서공그룹과 중국내 건설기계, 대형트럭과 발전기용 디젤엔진을 생산, 판매하는 합작회사 설립계약을 체결했다.

◇ 사업 분할과 자산매각 단행

두산그룹은 지난 2006년 3년 이내에 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는 시장과의 약속을 지켰다. ㈜두산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지주회사 전환 신고에 대한 심사결과 통지서를 지난해 4월 받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두산그룹은 생물자원, 두산타워 등 사업분할, 종가집김치 매각, 테크팩 사업 매각, 주류사업 매각 등 강력한 구조조정 추진하고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한 바 있다.

현재 지주회사 두산은 두산중공업·네오플럭스 등의 자회사, 두산인프라코어·두산캐피탈 등 손자회사, ㈜렉스콘 등 증손회사를 두고 있다.

두산그룹은 총수일가가 지주회사인 ㈜두산에 대한 안정적인 지분 확보를 통해 그룹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지배구조다.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과 박용성 대한체육회 회장,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 회장 등 총수일가와 자사주 등을 포함해 특수관계인이 63.16%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총수일가의 ㈜두산 지분은 박용곤 명예회장 3.45%, 박용성 회장 2.47%, 박용현 회장 2.44%, 박용만 회장 3.31%,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4.12% 각각 보유하고 있다.

또 박 명예회장의 장녀 박혜원 두산매거진 상무와 차남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이 각각 1.37%와 2.75%를, 박용성 회장의 아들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전무가 3.02%, 박용현 회장의 아들인 박태원 두산건설 전무와 박형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박인원 두산엔진 부장도 2.23%와 1.65%·1.65%를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박용만 회장의 아들인 박서원 빅 앤트 인터내셔널 대표와 박재원씨도 1.63%와 1.34%의 지분 나눠 갖고 있다.

㈜두산은 그룹 핵심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의 최대주주로 41.2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지분 38.83%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두산그룹의 양대 사업축인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한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 소문에 흔들린 두산그룹

두산그룹은 그러나 최근 증권가를 중심으로 나돌던 '유동성 악화설'로 인해 흔들리기도 했다.소문의 발단은 두산건설의 일산 위브더제니스 미분양과 1300억원 회사채 발행이다. 이 같은 사실이 증권가에 퍼지면서 유동성 악화설로 이어진 것이다.

두산은 곧 바로 그룹 차원에서 유동성 악화설은‘터무니없는 소문‘이라며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섰다.그러나 두산건설의 유동성 악화설에 이어 뜬금없이 자회사 유상증자설이 나는 등 악성루머로 인해 홍역을 치러야 했다.

두산그룹의 유동성 악화설의 중심에 지난 2007년 인수한 미국 건설기계 업체인 ‘밥캣’이 있다. 인수 당시 29억달러 가량을 차입한 두산은 당시 대규모 이자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시장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급기야 인수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며 밥캣의 실적이 난조를 보였고 두산의 현금유출은 계속돼 왔다. 두산, 두산인프라코어 등이 지난해 영업이익에서 호실적을 보였음에도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두산은 지난해 두산DST 등 자회사와 한국우주항공산업(KAI) 지분 매각 등을 통해 마련한 10억 달러를 밥캣에 송금했다. 이는 올해 필요할 자금까지 감안한 금액이다.

두산측은 이번 루머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자회사를 매각하면서 적어도 2012년까지는 유상증자는 필요없게 됐다"며 "두산이나 두산인프라코어, 밥캣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는 마당에 이런 루머가 흘러나온 배경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박용현 회장이 취임 1년만에 두산그룹을 글로벌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재무건전성 악화라는 숙제는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았다는 평가다. 이는 두산의 이미지와 성장에 대한 발목을 잡을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한편 두산그룹은 이같은 유동성 위기설이 지속되자 두산엔진을 연내 상장키로 결정했다.2008년부터 대규모 적자를 지속한 두산엔진은 모기업인 두산중공업과 두산그룹의 발목을 붙잡는 원인이기도 했다.

두산엔진의 지분을 53% 보유하고 있는 두산중공업과 ㈜두산은 두산엔진의 적자로 지분법 손실을 입고 이것이 실적 개선을 늦추는 원인이 된 것이다.

두산그룹은 이에 따라 두산엔진을 상장하고 이에 따라 신규 자금을 확보해 재무구조 개선을 꾀함으로써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확신을 시장에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 빨라진 두산家 4세 경영

두산그룹 4세들은 지난 2008년 대거 임원에 오르면서 경영일선에 전면적으로 나섰다.

특히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지난해 박용현 회장 등 3세 경영진이 모두 경영일선에 복귀한데다 두산가(家) 4세중 맏형인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을 회장으로 승진시켜 두산그룹 최고경영진에 합류시켜 향후 후계구도를 명확히 하고 있다.

현재 그룹에 두산가 4세로는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회장과 장녀인 박혜원 상무, 2남인 박지원 사장이,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의 아들인 박진원 전무와 박석원 상무,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의 아들인 박태원 전무, 박형원 상무, 박인원 두산엔진 부장 등 8명이다.

박용만 ㈜두산 회장의 아들인 박서원씨는 빅 앤트 인터내셔널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박재원씨도 아직 그룹에 입사하지 않아 후계구도에서 빠져 있다.

지난 2007년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된 박지원 사장은 작년부터 ㈜두산 사장(COO)을 겸하고 있다. 작은아버지인 박용성 회장이 대한체육회 활동에 전념하면서 두산중공업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체코 스코다파워 인수를 진두지위하고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에 성공하는 등 그룹 안팎으로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박혜원 상무는 오너 일가중 유일한 여성으로서 매거진·출판사업을 주도하는 한편 두산그룹 광고 및 마케팅을 전담하면서 나름대로의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박진원 전무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전신인 대우종합기계 인수전에 참여한 후 전무로 승진했으며 회사의 핵심사업인 산업차량BG를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이달(6월) 하순경 진행되는 두산그룹의 정기인사에서 이들 4세의 승진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인사는 박진원 전무. 작은아버지인 박용만 회장이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지만 지주사인 ㈜두산에 힘을 쓰고 있으며 사촌형인 박정원 회장이 등기임원에 속해 있는 것을 제외하면 현재 두산인프라코어 사장단에 오너 일원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첫 여성 CEO를 배출하는 등 영성 임원 등용을 적극 권장하는 그룹 내 분위기를 감안할 때 박혜원 상무의 업무 영역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박용현 회장의 세 아들인 박태원 전무와 박형원 상무, 박인원 부장도 업무 능력 이외에도 박 회장이 취임 2년차를 맞아 처음으로 실시하는 인사하는 만큼 승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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