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선거]“다양한 사연으로 분향소에 모였다”

입력 2010-05-2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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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풍ㆍ북풍 선거에 이용되는 것 아쉬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하루 앞둔 22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시민분향소에는 많은 인파가 몰려 추모 열기가 뜨거웠다.

특히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국화꽃을 든 4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1년 전 그날을 방불케 했다. 10대부터 70까지 연령층을 불문하고 이곳에 모인 것.

분향소 옆에는 자유발언대도 마련돼 이들 추모객들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기억을 되새기고 현 정부를 비판하는 등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마음껏 피력하기도 했다.

노무현 서거 1주기를 맞아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그리움 때문에 왔다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각자 다른 사연도 가지고 있다.

백령도 근무를 했던 사람도 있고, 중립적인 시각을 가진 젊은이들, 중학생이지만 노제 자원봉사를 지원한 시민등 각자 다른 사연으로 추모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백령도 근무ㆍ연평해전 참전 경험 있어요”=추모를 목적으로 참석했음에도 불구하고 백령도에서 근무를 했던 사람들을 비롯해 천안함과 관련 속내를 내비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백령도 해군 하사관으로 근무했던 김준영(43)씨는 천안함 관련 발표 내용에 대해 의구심을 강하게 보였다.

김씨는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어뢰로 인한 공격이었다면 배가 온전히 남아 있을 수 없다”며 “유리창까지 보전될 수 있도록 폭파시키는 어뢰가 도대체 어디 있느냐”고 천안함 발표에 대한 강한 부정을 드러냈다.

지난 1999년 연평해전에 참전한 시민도 있었다. 그는 연평해전에 참전한 만큼 누구보다 해군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그는 “당연히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누구보다 마음이 아팠고 결과 역시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일부러 사고를 낸 건 아니겠지만 사고가 난 순간부터 이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전략이 보였다”고 불쾌한 감정을 나타냈다.

◇야권이지만 중도, “북풍·노풍에 휩쓸리지 말아야”=젊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소신이 뚜렷한 추모객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24살 대학생으로 야권 당원임에도 불구하고 중도 입장을 확고히 안은 채 분향소를 찾은 것.

김영찬(24ㆍ한국외대)씨는 진보신당, 한준기(24ㆍ단국대)씨는 민주당 당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들은 노풍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리워서 왔다”며 “하지만 이러한 상황들이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면 정말 대한민국의 퇴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들은 이어 “시장은 그 시를 위해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하며 시민들은 그만큼 능력을 확실히 검증하고 뽑아야 한다”며 “능력보다 지금 당장 분위기에 휩쓸려 특정 후보를 선택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국민이 북풍과 노풍을 떠나 소신대로 능력을 검증해 훌륭한 시장이 당선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우리는 노빠, “그리워서 왔지요”=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부부, 가족들도 노제를 찾았다.

남편과 함께 이곳을 찾은 유영순(여ㆍ45ㆍ경기도 안산)씨는 “다른건 없고 그리워서 왔다”며 “정권이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후에도 반성이 없자 국민이 제대로 깨우친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날씨도 좋지 않은데 시민들이 잊지 않고 찾아와 주는 걸 보니 국민들이 모두 잊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잊지 않고 관심을 보였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고등학생 자원봉사자들도 눈에 띄었다. 1994년생인 김아름(서초구) 양은 “재임시절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잘 몰랐지만 돌아가시고 나서 알게 됐다”며 “우리가 쉽게 잊으면 안되는 사람 같아서 자원봉사까지 하게됐다”고 언급했다.

김양은 이어 “요즘은 고등학생들도 정치에 관심이 많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노제 현장에 와서 이 열기를 알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부모님과 함께 온 초등학교 6학년 학생(관악구)은 “노무현 대통령은 TV에서만 볼 수 있는 존재였다”며 “현장에 나와 영상으로라도 만나고 싶다”는 말을 했다. 이에 이들 부모는 “바른 사람의 삶의 방식에 대해 알려 주고 싶어 함께 왔다”고 참여 동기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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