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선거]한나라당, 천안함 활용 ‘딜레마’

입력 2010-05-22 09:02수정 2010-05-2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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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시도지사 후보, 지방선거 활용에 엇갈린 태도 보여

한나라당이 천안함 침몰의 최종 원인이 밝혀지면서 이를 활용한 선거 유세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선거의 쟁점으로 활용하지 말자는 신중론도 제기돼 당 내부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오는 23일 노무현 서거 1주기 맞아 민주당이 대대적인 추모 행사를 앞둬 한나라당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일단 이번 지방선거에서 최대 관심지역인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후보의 행보에도 천안함에 대한 의견이 엊갈리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20일 서울 광진구 유세현장에서 “천안함 사태를 지방선거와 연관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언급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선거에 ‘북풍’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한나라당 모든 후보들이 오 후보와 같은 견해는 아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후보는 천안함 사태를 선거와 연계해 적극 활용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20일 수원역에서 가진 출정식에서 “기습적인 테러를 한 세력에 대해서는 한마디 비판도 하지 않으면서 우리 이명박 대통령을 물러가라고 하는 친북 반정부 세력이 46명의 용사들을 욕되게 한다. 이런 사람들이 국회에 득실득실하다”고 역설했다.

한 정당의 두 유력 후보가 천안함 사태를 둘러싸고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후보간 견해가 분명한 것은 천안함을 두고 당 내부에서 공식 대응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몽준 대표는 20일 국방부 발표 직후 “선거는 선거다, 정쟁의 소재가 돼서는 안 된다”고 적당히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날 오후 지원유세에서는 “아무리 선거 시기라 해도 안보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고 발언해 정책에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조변석개(朝變夕改) 같은 모습은 한나라당 서울시장 선거 유세에서도 연출됐다. “천안함을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한 오 후보 지원유세에 나선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거 “천안함 사태는 민주당 때문”이라고 맹비난 한 것이다.

권영세, 김충환 의원등이 이와 같은 취지의 연설을 했다. 의원들의 발언은 오 후보 연설이 직전에 나온 것이라 더욱 아이러니한 모습이었다.

또 김문수 후보와 오세훈 후보의 천안함 견해가 갈리는 것은 지지율 격차의 차이 때문이란 해석도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와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오 후보와 민주당 한명숙 후보의 격차보다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경기도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수단이 될 수 있다면 뭐든 동원돼야 하는 긴박한 상황인 셈이다.

유세 첫 날 정몽준 대표등 한나라당 지도부 역시 김 후보를 먼저 찾았다는 점도 치열한 격전지를 어디로 보는지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김 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여러 경로로 지원 요청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오 후보는 “자신있다”는 반응이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요인을 끌고 들어올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 후보 선거대책위 황석순 대변인실 공보특보는 “국민들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이 없으며 돌발변수만 없으면 이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민주당은 천안함 사태를 선거에 이용하는 한나라당의 태도를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천안함 사태를 정략적으로 활용하면 경제만 무능한 게 아니라 안보도 무능한 정권이라는 역풍이 불것"이라며 “이것을 그냥 둘 수 없다는 것이 국민 정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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