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연중 최고치로 폭등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29원 급등한 1194.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0월 29일 1196.00원(종가 기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뉴욕증시 하락과 역외환율 상승을 반영하면서 전날보다 4.40원 오른 1169.50원에 출발했다.
이후 오전에 천안함 침몰이 북한 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민군합동조사단의 발표 이후 상승 탄력을 받기 시작했으며 코스피지수가 급락하면서 1190원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당초 외환 전문가들은 천안함 사건이 이미 시장에 노출된 재료이기 때문에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사고 원인 조사 발표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에 단호한 조처를 할 것이라는 내용이 나오고 북한은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를 `날조극'이라고 주장하면서 국방위원회 검열단을 남한에 파견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태가 악화할 조짐을 보이자 달러 매수 심리가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우리 정부가 후속 조치로 유엔 안보리 회부를 비롯해 대북 무력시위,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경협·교류 전면 중단 등 전방위 대북 제재를 예고함으로써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마저 제기돼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한 시장 참가자는 "역외 참가자들이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자 달러 매수에 나섰으며 국내 참가자들도 추격 매수에 나서면서 환율이 순식간에 급등했다"고 말했다.
염상훈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오전까지만 해도 선물시장과 주식시장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무덤덤했지만 환율이 유독 상승세를 이어갔다"며 "이 때문에 역외내 참가자들의 불안요소가 확산되면서 오후 들어 동반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염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천안함 이슈는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급증하면서 나타났기 때문에 아마도 단기적으로 그칠 것"이라며 "다음주 중순 이후에는 다시 제자리를 찾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지수는 1.8% 이상 급락세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