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당국의 보험금 청구서류 간소화 방안에 의료업계가 제동을 걸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소비자(환자)의 권익을 우선시하기보단 병원의 수익감소를 우려한 행동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금감원은 보험소비자가 보험금 청구시 발급비용이 과다한 서류 대신 간소화된 서류만으로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보험금 청구서류 간소화 방안'을 마련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오는 6월부터 1만원~2만원의 발급비용이 드는 진단서를 포함해 1000원~2000원의 입통원·수술확인서, 진료확인서, 소견서, 진료차트, 처방전 등도 보험금 청구 서류로 인정된다.
또 최고 10만원 가량인 사망진단서 원본도 1/100 수준인 사망진단서 사본(1000원)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된다.
즉 2~4만원짜리 보험금을 받기 위해 1~2만원짜리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아도 되는 것. 특히 보장내용이 동일(유사한 보험을 다수의 보험사에 중복 가입한 경우 개별 보험사에 각각 제출해야 하는 추가 비용도 줄어들게 될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의 서류 징수 실태를 파악한 결과 일부 보험사에서 과다한 진단서를 요구하는 사례가 있었다"면서 "보험사의 불필요한 관행을 없애고 보험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같은 방안을 마련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의사협회 등 의료업계는 의사 고유권한을 침해하는 월권행위라며 강력하게 반대했다.
의협은 성명서를 통해 "금감원의 개선안은 소비자의 비용부담 완화라는 내용으로 포장했을 뿐 실제적으로는 보험사들의 의견들이 반영된 것"이라면서 "진단서 등 각종
증명서의 발급주체인 의사들을 대표하는 의사협회와 의견조율 및 사전 협의가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된 월권행위"라고 주장했다.
특히 제증명 발급비용은 의료기관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기관에서 제증명 발급비용을 명시한 금감원의 결정은 민간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에 저촉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의료업계의 이같은 주장은 소비자의 권익보다 진단서 발급 비용에 따른 수익 감소를 우려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간소화 방안으로 진단서 발급 비용이 1000억원 이상 절감되기 때문이다.
국가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종합병원의 경우 진단서 발급 비용으로 얻는 수익이 매년 수억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진단서 대신 대체서류를 활용할 경우 손해보험사 고객은 약 700억원, 생명보험사는 약 1000억원의 비용을 절약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의료기관별로 자율징수함에 따라 기관별로 최대 10배의 차이가 나는 진단서 발급 비용을 일원화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진단서 대신 대체서류를 활용하면 그만큼 보험소비자가 진단서 발급으로 인한 비용 부담을 덜게 되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의료업계의 수입원이 줄어들게 되면서 이같은 이의를 제기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4월 국가권익위원회는 의료기관별로 천차만별인 진단서 발급 비용을 표준화하는 제도개선 방안을 권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