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세에 따른 원자재 수요 증가로 업황 개선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한국 수출을 이끌었던 정유·해운·조선 등 '3각편대'가 다시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전세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원유·철강석 등 원자재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에 따라 정유·해운·조선산업의 업황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최악을 맞았던 정유·해운·조선 시황이 지난해 말 바닥을 찍고 본격 회복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아직까지 상승을 말하기 이르다는 조심스런 입장도 나오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중국 등 신흥국이 펼친 적극적 경기부양의 효과가 국내 산업계에 본격적으로 퍼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각국의 산업가동률 상승에 따른 원유 및 석유제품 수요 증가세와 철광석·석탄 등 원자재 수요 증가가 맞물려 해운업종에 긍정적으로 작용, 해운업황의 급속한 개선으로 연결됐다"면서 "이는 다시 신조선박 및 해양에너지 개발 설비 발주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에 접어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운업계에 따르면 벌크선운임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00포인트선까지 하락했으나 14일 현재 3929포인트를 기록, 연중 최고치를 또 한번 갱신하면서 4000포인트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컨테이너선 운임지수(HR) 역시 지난해 2월 이후 14개월 만에 400포인트를 넘어섰다.
발틱운임지수란 석탄, 철광석, 곡물 등을 실어 나르는 벌크선의 운임 시황을 나타내는 지수다. 이 지수가 상승한다는 것은 벌크선을 사용하려는 원자재 생산자와 수요처간의 거래가 그만큼 활발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운업황이 이처럼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국내 주요 해운사의 실적도 회복세를 보였다. STX팬오션은 13일 1분기 매출 1조3306억원, 영업이익 71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도 매출 1조965억원과 영업이익 23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의 신호탄을 쏘아올려 업황 회복세에 쐐기를 박았다.
대한해운도 매출 6225억원, 영업손실 94억원의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477억원 영업손실을 냈던 데 비해 큰 폭으로 호전된 것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흑자전환에 성공한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업황이 이처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데는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물동량 증가와 중국·인도의 원자재 및 철강석 수입 확대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의 철광석 등 원자재 물동량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선진국 소비심리도 서서히 회복되고 있어 컨테이너 정기선 시황도 하반기 크게 개설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각국 산업계가 가동률을 높임에 따라 석유제품 및 가스수요가 확대되면서 정제마진 회복 등 정유업의 시황도 호조를 맞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싱가포르 두바이 원유의 단순정제마진은 작년 12월 -3.24달러에서 3월 -2.55달러로 개선됐으며 복합정제마진도 -2.44달러에서 -0.20달러로 올랐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 회복 수준이 아직 더뎌 예년 동기 수준의 실적까진 회복하지 못했다"면서 "최근 석유사업이 흑자로 돌아선 것은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수출액도 2008년 10월 이후 줄곧 감소하다 지난해 11월 이후 연속 증가세를 보여 1분기 총 60억2499만 달러 수출을 기록했다.
실적 역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GS칼텍스는 1분기 매출 8조2584억원, 영업이익 2316억원, 순이익 2031억원으로 기록해 전분기 대비 매출은 0.3% 감소했으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흑자전환했다. 특히 정유(석유사업)부문의 경우 영업이익 570억원을 기록해 전분기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SK에너지도 매출 10조2011억원, 영업이익 3578억원, 순이익 3166억원의 실적을 내놨다.
특히 석유사업부문에서 매출 6조7858억원, 영업이익 1244억원을 기록해 3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경기회복으로 인해 정제마진이 소폭 개선되면서 석유사업 실적이 회복, 전체적으로 1분기 실적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운업황과 정유업황의 개선이 신조선박 발주와 해양플랜트 설비 발주로 이어지면서 조선업도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조선·해운 정보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실제로 회복세가 본격화됐던 지난 3월 전세계의 선박 발주 척수는 84척으로 갑자기 늘어났다. 1월 41척, 2월에는 39척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두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해운업황이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선사들이 이처럼 빨리 선대확장에 나설지는 몰랐다"면서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선사들이 구조조정에 나섰던 만큼 이후 물동량이 급격이 늘자 현재 일부 선사들이 선투자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석유 소비 증가세로 해양석유개발, 육·해양 천연가스(LNG) 개발, 신규 정유·화학 플랜트 건설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조선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이달 초 미국 셰브론과 16만CBM(입방미터)급 액화천연가스(LNG)선 2척, 총 4억달러 상당의 건조계약을 했다. 2008년 5월 이후 국내 조선사들이 LNG선을 수주한 것은 처음이다.
STX유럽도 지난 12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시몬스테르 레데리사로부터 해양작업지원선(PSV) 1척을 수주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수출을 이끌던 조선·해운·정유업의 회복세가 눈에 띄면서 조만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선순환에 따른 이들 산업간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 일각에서는 그리스 등 남유럽발 금융위기가 남아있는 만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각종 지표들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남부 유럽 등 아직 전세계 금융시장이 썩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시장 모니터링을 꾸준히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