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호적' 분위기지만 실제 딜로 이어지기 힘들 듯
대우인터내셔널 인수·합병(M&A) 작업이 일단 성공단계로 향하고 있다. 이번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이 성공하면 최근 2년간 정부와 금융기관에서 보유중인 기업 매물의 사실상 첫 대형 M&A가 성공사례로 꼽힐 것으로 기대돼 향후 대형 M&A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하이닉스반도체,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등 대형 매물들이 시장에 나왔지만 결국 흥행에 실패했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이 최근 전개된 M&A 가운데 괜찮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M&A 업계 관계자는 "하이닉스와 대우건설 등 최근 진행됐던 M&A와 다르게 대우인터내셔널의 경우 예비입찰에서부터 대기업들이 참여를 하면서 관심을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이 기업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던 것은 '좋은 물건'과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의 경우 막강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180여개국과 매년 100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하고 있어 기업들에게 매력이 있는 '좋은 물건'이라는 것이다.
또 매각 타이밍도 적절했다는 평가다. 당초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은 올해 하반기에나 가능했지만 일정을 대폭 앞당겨 사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기업이 있고 다른 대형매물의 재매각 작업이 본격화되기 전에 매각을 진행한 것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강한 인수의지를 밝히면서 시장에 뛰어든데다 유럽발 경제위기가 불거지기 전에 매각이 이뤄져 사실상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매각이)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으로 이전보다 우호적인 분위기인 것은 맞지만 다른 매물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보다 시장에서 대형 매물에 대한 관심이 높고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다만 과거와 같이 무조건적이기 보다는 기존 업종과의 시너지 효과를 크게 고려하고 있어 실제로 딜이 성사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하이닉스,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쌍용자동차, 현대건설 등의 매각 작업이 예정돼 있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매각보다는 적절한 타이밍을 찾는 신중한 태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매물이 하이닉스다. 하이닉스가 2001년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이후 지난해엔 두 차례나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최근 채권단이 보유 지분 가운데 6.67%를 블록세일로 처분, 채권단 보유지분을 21.4%로 줄이면서 인수 희망자의 부담을 덜어줬지만 여전이 높은 인수가격이 문제다. 약 20%의 지분을 인수한다고 해도 최소 3조원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채권단은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지분 매각을 진행할 계획이지만 주인이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우조선해양 재매각 작업도 관건이다. 한화그룹의 인수 포기로 '실패'로 끝난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대해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하반기 재매 각 추진' 방침을 밝힌 상태다.
시장매각에 실패했던 대우건설은 사실상 산업은행이 조성하는 사모펀드(PEF)가 단독 인수하는 방식으로 7월 중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이번 PEF에 SI(전략적 투자자)를 참여시키지 않고 대우건설 지분 50%+1주를 주당 1만8000원에 사들일 방침이다. 총 인수금액은 2조9000억원에 이른다. 산은은 이렇게 사들인 대우건설을 임시로 경영 하다가 추후에 재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다.
쌍용차는 지난 10일 매각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했으며 현대건설도 현재 매각시점을 둘러싼 논의가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M&A건이 앞으로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하게 인수 의사를 밝히거나 유력한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당분간 냉냉한 분위기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유럽발 재정위기가 확산될 경우 변동성이 커지며서 딜이 성사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외부 변수도 향후 M&A시장의 중요한 변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