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생 인수후 경영정상화까지 무보수 근무... 해외시장 개척 및 신사업 발굴의 원년 선언
지난 3월 그룹내 최대 계열사인 대한생명의 성공적 상장을 통해 '공적자금 회수의 새로운 모델'이라는 모범사례를 선보인 한화그룹은 공적자금 투입기관의 상장으로 공적자금 회수과정의 투명성을 끌어 올린 것이다.
특히 '100년에 한번 올까 말까한 기회'라며 계열사 사장단의 반대를 무릅쓰고 부실생보사 인수라는 과감한 결단과 경영 정상화를 이뤄낸 김 회장의 뚝심 경영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 비전 실현시킨 김승연 회장의 결단
김 회장이 대한생명 입찰제안서를 낼 당시 금융업계는 의외라는 반응이 대세였고 국내외 경영진도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당시 대한생명은 대주주의 전횡과 계열사에 대한 부실 대출 등으로 공적자금 투입과 함께 정부 관리감독하에 있었으며 자칫 부실금융사 인수로 한화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질수도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다.
이처럼 당시 대한생명은 정부도 골치를 썩히고 있었고 재계도 금융위기 상황에서 대한생명 인수합병(M&A)를 의구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룹 내부적으로도 계열사 사장단이 반대하는 등 대한생명 인수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펴져 있었다.
그렇지만 김 회장은 그룹의 향후 비전 실현을 위해 대한생명 인수는 필수적이라는 믿음과 대한생명 경영정상화에 대한 결연한 자신감을 보여주기 위해 1999년 6월7일 여의도에 위치한 금감위에 입찰제안사서를 직접 찾아가 제출했다.
하지만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는 결코 순탄치 않았다. 2002년 3월 대한생명 인수경쟁자였던 미국의 메트라이프는 인수 철회를 공식 선언하면서 한화컨소시엄만 남은 상황이었지만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는 3차례의 가격인상 요구해 인수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한화그룹은 대한생명 인수를 통한 그룹의 미래비전을 위해 모든 것을 감내하고 가격산정에 합의했다. 당시 매각자문사인 메릴린치는 '한화측의 최종 가격 조건이 그간 전세계 60여개 투자자들과 접촉한 결과 받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 뚝심경영의 '힘'
2002년 말 대한생명 인수에 성공한 김승연 회장은 한화석유화학(현 한화케미칼) 등 계열사 대표이사직을 모두 내놓고 2년여간 경영정상화에만 매달렸다. 특히 인수 직후 대한생명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무보수 근무를 선언하며 책임경영에 대한 자신감과 의지를 보였다.
김 회장은 대한생명 인수 후 기업인수로 인한 내부조직의 동요를 방지하기 위해 가장 먼저 기존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함으로써 고용에 대한 불안을 해소해 직원들이 업무에만 주력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보험전문 경영인을 외부에서 영입하고 그룹의 파견 임직원도 극소수로 한정해 대한생명 자율성에 기반한 경영을 보장했다.
특히 보험사의 경쟁력인 영업조직의 동요를 막기 위해 일선 영업현장 설계사와 임직원을 직접 찾아 나섰다.'얼음장 같은 카리스마'로 통하는 김 회장이 2003년 5월 잠실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대한생명 연도상 시상식에서 와이셔츠 차림으로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등 애창곡을 불렀던 모습은 아직도 직원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물론 경영정상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인수자격 논란은 2008년까지 꼬리표처럼 붙어다녔다. 대한생명 인수를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호주 맥커리생명으로부터 대한생명 지분 3.5%를 565억원에 재매입, 이면계약 의혹을 받아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예금보험공사는 2006년 7월 한화와 맥커리생명의 이면계약이 인수계약 무효 또는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며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에 중재를 신청했다. ICC가 2008년 8월 한화 손을 들어주면서 인수자격 논란의 마침표를 찍었다.
◆ 생보업계 2위사로 위상 변화
한화그룹으로 인수된 2002년 12월 대한생명은 기업의 미래상을 '강력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세계 일류 생보사'로 정했다.
그 결과 지난 8년간 대한생명은 새롭게 탈바꿈했다. 영업조직의 역량강화로 신바람 하는 영업과 사상최고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대한생명은 확보한 업계 2위사로 자리매김했다. 또 신사업분야 적극 진출, 내실경영과 투명경영 등 경영혁신으로 고객신뢰도가 급속도로 회복되는 등 국내 최고의 건실한 생명보험사로 거듭났다.
2002년말 29조598억원이던 자산규모는 작년 말 56조517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매출도 같은기간 11조3023억원에서 13조7093억원으로 21.3% 뛰었다.
보험사의 자산 건전성의 지표로 여겨지는 지급여력비율의 경우 최근 8년간 지속적인 이익 실현으로 인수당시 95.6%에서 228.12%로 대폭 개선됐다. 지난 3월 상장을 계기로 대한생명의 지급여력 비율은 더욱 높아져 300%대에 이를 전망이다.
글로벌 경영을 위한 해외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그룹으로 인수된 2002년 말부터 대한생명은 세계적 종합금융 서비스회사로의 비전을 실현하고 미래 수익기반 강화를 위해 중국시장 등 성장 잠재력이 큰 아시아 및 해외 유망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해 오고 있다.
국내에서 삼성생명이 독보적인 1위 생보사라면 대한생명은 국내 생보사중 해외 매출 1위라는 목표를 세웠다.대한생명은 국내사로는 처음으로 2009년 4월부터 베트남 호치민과 하노이에서 본격적인 보험영업을 펼치고 있다.
영업개시 1년 만에 시장점유율 3%를 달성하며 초회보험료 실적 300만달러와 신계약건수도 1만건을 돌파했다. 또 작년 12월에는 중국 항주시 하얏트호텔에서 절강성국제무역그룹과 합작 생보사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 대한생명 상장 경영정상화 '완성판'
올해 3월17일 대한생명은 상장을 통해 새로운 제2의 번영기를 맞이하고 있다. 대한생명은 이번 상장을 계기로 보험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재무건전성과 기업체질을 개선함으로써 수익성을 갖춘 초우량 글로벌 종합금융사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상장을 통해 유입된 자금으로 대한생명은 보장성보험 및 연금보험시장에서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영업조직 구축에 4800억원을 우선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해외시장 진출과 판매채널 확대를 통해 중장기 수익원을 다각화하는 데 3000억원 정도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 외에 5000억원에 이르는 적립금은 지급여력비율 상승 효과로 이어져 기업 신뢰도와 영업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도전은 계속된다
올해 초 김승연 회장은 그룹 신년사를 통해 대한생명의 상장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일임을 밝히고 성공적인 상장이 되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회장은 "현재 가장 큰 이슈인 대한생명의 상장추진 또한 그룹의 도약에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인 만큼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잘 마무리해 주길 바란다"며 "금융부문은 앞으로 그룹 내 큰 활력을 창출하는 구심점으로서 더욱 견고한 위상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대한생명 상장을 계기로 새로운 모멘텀을 맞고 있다. 이번 상장을 통해 한화그룹은 중장기적으로 약 1조5000억원에서 2조원에 가까운 현금 실탄을 손에 쥐게 됐다. 이 현금실탄으로 한화그룹은 신규사업에 대한 투자는 물론 M&A시장에도 참여해 신성장 동력 사업 발굴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올해를 '해외시장 개척 및 신사업 발굴의 원년'으로 선언한 김 회장은 연초부터 해외를 돌며 신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한화그룹의 신성장동력 발굴은 주로 한화케미칼(옛 한화석유화학)과 한화L&C, 그리고 ㈜한화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올해부터 태양전지의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시작했으며 2020년까지 총 2GW(기가와트)의 태양전지 생산설비를 구축해 세계 시장의 10% 이상을 점유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더불어 2015년까지 폴리실리콘 생산에서부터 태양전지와 모듈 생산에 이르기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함으로써 태양광 사업 관련 제조분야의 시너지 효과를 배가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화L&C는 올 2월 전기차 생산업체인 CT&T와 전기차 내·외장재로 적용되는 초경량 고강도 복합소재 부품개발에 대한 공동협약을 체결하고 전기자동차 부품시장의 진출을 전격 선언했다.
한화L&C는 기존 차량 외장재로 쓰이는 스틸보다 30%이상 가볍고 강도와 매끄러움이 뛰어난 신소재를 개발키로 하고 향후 친환경 자동차 산업의 흐름을 주도하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로 도약할 계획이다.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개발에서도 한화케미칼은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유방암 치료제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으며 충북 청원군에 바이오시밀로 생산공장 건설에 착수하는 등 2018년까지 총 2055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화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탄소배출권 사업에 먼저 뛰어들어 이미 90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확보하고 있으며 총 150만t이 넘는 탄소배출권을 확보해 연간 300억원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현재 카타르, 예멘, 멕스코 등 8개 지역에서 해외 유전, 가스 및 광물 등 다양한 자원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미래 유망사업으로 선정돼 투자가 진행중인 태양광, 차량경량화 소재, 바이오, 친환경, 국내외 자원개발 등의 분야는 보다 더 공격적인 자세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국내외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어 M&A 시장에 나오게 된 우량기업들에 대한 투자검토도 보다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2011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며 야심차게 시작한 한화그룹의 글로벌 성장 전략 역시 대한생명 상장을 계기로 가속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