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중국을 전격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잇따라 파격적인 공개 행보를 펼치고 있다. 보안상의 이유로 은밀하게 '잠행'했던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는 게 중국 외교가의 분석이다.
지난 3일 단둥(丹東)을 통해 중국에 넘어온 김 위원장은 첫 방문지인 다롄(大連)에서 시내 한복판에 있는 시정부 광장 부근의 푸리화(富麗華) 호텔을 투숙지로 잡았다.
해변에 위치해 보안 통제가 용이한 다롄시의 영빈관 별장인 방추이다오(棒추<木+垂>島)를 택할 것이라는 대북 전문가들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은 선택이었다.
현재 보안 검색을 강화하고 김 위원장이 머무는 신관 출입을 막고 있지만 푸리화 호텔은 일반인들의 출입을 전면 통제하지는 않고 있다.
김 위원장 일행의 출입 때를 제외하고는 구관을 통해 제한적으로 이 호텔을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다. 삼엄한 '철통 경비'로 이 호텔 주변 접근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조치다.
방중 첫날 김 위원장이 보여준 행보도 '파격적'이라 할만큼 공개적이었다. 김 위원장 일행은 다롄에 도착하자마자 오후 2시와 6시, 9시 등 3차례에 걸쳐 외출했다.
선도 차량 4대가 이끄는 김 위원장의 차량 행렬은 승용차 10대와 25인승 중형버스 10대, 경호차 10대, 앰블런스 등 35대가 기본이고 많을 때는 50대 가까이 이르기도 했다.
이런 긴 차량 행렬 때문에 북한 방중단의 동선은 일반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경찰도 연도만 통제할 뿐 김 위원장 일행이 지나는 구간 전체를 통제하지는 않고 있다.
방추이다오에서 중국측 주최의 환영 만찬에 참석한 것으로 보이는 2번째 외출 때는 돌아오는 길에 숙소인 푸리화 호텔을 지나 도심을 돌다 돌아오는 여유도 보였다.
이로 인해 그가 다롄을 떠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지만 김 위원장 일행의 차량 행렬은 10여 분 뒤 숙소를 찾았다. 그는 또 당일 밤 9시 갑자기 호텔에서 나와 밤 바다 구경을 한 뒤 40분만에 들어갔다.
김 위원장은 호텔을 드나들때 로비를 이용하고 있다. 보안상의 이유와 노출을 꺼려 당연히 지하 주차장을 이용할 것이라는 예상을 빗나간 행보다. 이 때문에 그의 모습은 중국 도착 첫날 외신들의 카메라에 잇따라 포착됐다.
과거 방중 때 한밤중이나 새벽 시간대를 이용, 은밀하게 넘어왔던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단둥에서 다롄으로 넘어올 때도 특별열차가 아니라 노출이 쉬운 승용차를 이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작심한 듯 공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과거 상하이 등을 방문할 때 보안을 이유로 경호 차량도 없이 잠행하던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