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평가에서 '불합격'... 채권단 내부적으로 재무약정 고민 중
현대그룹이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실적 악화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MOU, 이하 재무약정) 검토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약정 여부는 오는 30일 결정될 전망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28일 "현대그룹은 재무구조평가에서 향후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경우 부실 우려가 있다는 예비판정을 받았다"며 "30일 최종확정되면 채권단과 5월 중으로 재무약정을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현대아산을 통해 금강산 관광 등 대북사업에 거액을 투자해왔으며 대북사업을 지원해오던 현대상선이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실적 부진에 빠진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현대그룹 총자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이며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20% 이상 급감하면서 8376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해운업황이 좋지 않아 현대상선이 대규모 손실을 냈다"며 "재무약정 검토대상으로 예상했던 일이며 결정은 채권단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재무약정에 포함된다는 것을 시사했다.
하지만 30일까지 속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채권단 내부에서 현대그룹이 재무구조 평가에서 불합격판정을 받았지만 재무약정에 포함할지 여부를 계속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에서도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는 말로 대신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28일 현대상선에게 오후 6시까지 관련 내용 조회공시를 요구한 상황이다.
한편 현대그룹은 외환위기 이후 그룹 주력 계열사였던 현대건설과 하이닉스반도체 등을 채권단에 넘겨준 이후로 다시 또 구조조정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재무평가에서는 합격 판정을 받아 재무약정 체결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올해 재무약정 대상으로 확정될 경우 자산 매각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