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견기업 영업팀에서 근무하는 김 부장은 일주일에 2~3번 사우나를 찾는다고 한다. 직업상 음주 횟수가 잦은 그는 술 마신 다음날이면 간단한 업무를 본 뒤 습관처럼 사우나로 향한다.
김 부장의 경우처럼 사우나는 특히 한국 직장인 남성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 가운데 하나다. 아무래도 충분히 땀을 빼야 전날의 숙취가 해소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음주 후 사우나가 오히려 탈수를 악화시켜 술 깨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 사우나가 남성의 생식능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와 관련해서는 올해 3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와 소개하기로 한다. 이탈리아 파도바 대학 연구진이 성적(性的) 건강에 관한 학술회의에서 발표한 것인데, 골자는 잦은 사우나가 남성의 생식 능력을 감퇴시킬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르면 연구진은 젊은 남성 10명에게 석 달 걸쳐 일주일에 두 번씩 15분간 사우나를 하도록 하고 정자 수의 변화를 측정했다. 그 결과, 이들의 정자 수가 실험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들의 정자 수가 감소한 것을 두고 사우나로 인해 고환의 온도가 2도 가량 올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상적인 환경에서 고환의 온도는 다른 신체 부위보다 온도가 2도 가량 낮고 이는 정상적인 정자 생산에 필수 조건인데, 사우나가 이를 깨뜨렸다는 것이다.
사실 음낭은 다른 신체 부위보다 보통 1~2도 낮은 것이 정상이다. 그래서 남성의 생식 능력을 위해서는 음낭을 차갑게 유지 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음낭은 왜 다른 신체 부위보다 차가워야 할까. 태아 때 고환은 원래 복강 내에 있다가 출생하면서 탈장처럼 몸 밖으로 나오게 되는데, 이 온도차가 정상적인 고환 발달에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냉온탕 교차욕이 오히려 성기능 강화에 좋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일각의 주장일 뿐, 한방 전문의들 대부분은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뜨거운 곳과 차가운 곳을 번갈아 가는 것은 혈관을 팽창시켰다 수축시켜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심장혈관질환이나 고혈압이 있는 남성들은 오히려 피해야 할 방법이다.
건강한 생식능력을 위해서는 음낭 주위에 통풍이 잘 되게 하면서 몸은 따뜻하게 하는 것이 좋다. 그러니 음낭을 압박할 수 있는 꽉 끼는 옷을 입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 사우나로 인한 위험이 적지만 역시 지나친 사우나는 조심해야 한다. 월경으로 피가 빠져 나간 뒤 사우나에서 땀까지 빼면 기운이 빠지면서 어지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탈리아 연구진의 연구결과를 보편화시키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지만 새겨 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연구진도 사우나로 인한 정자 수 감소는 신체의 복구 기능을 통해 원상회복될 수 있으며, 영구적인 손상은 아니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