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과징금 내겠다".. 속내는?

입력 2010-04-2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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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자동차가 미국 교통당국이 부과한 업계 사상 최대 과징금을 납부하기로 19일(현지시간) 동의했다.

과징금 납부 동의는 자사 차의 결함을 은폐했다는 미 당국의 주장을 인정하는 것인 만큼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도요타의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레이 라후두 미 교통부 장관은 이날 도요타가 자사 차의 결함을 알면서도 미 당국에 신속히 알리지 않은 문제와 관련해 1637만5000달러의 과징금 납부에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 교통부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가 자동차업체에 부과하는 과징금으로는 사상 최대이다.

NHTSA는 도요타가 자사 차의 결함을 작년 9월말에 확인했으나 실제로 관련 차량 230만대 리콜을 실시한 것은 금년 1월말로, 4개월간 문제를 방치한 점을 문제삼았다. 지금까지 업계 최대 과징금은 2004년 미 제너럴모터스(GM)에 부과한 100만달러이다.

도요타는 같은 날 미 당국과 과징금 납부에 동의했다며 “논쟁의 장기화 및 소송을 피하고 품질확보 체제 강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도요타는 문제 확인 후 5영업일 이내에 법적인 보고의무를 위반한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법률위반에 대해서는 끝까지 부정했다.

도요타는 “사내외의 정보 공유에 개선의 여지는 있지만 안전 문제에 대한 대응을 피하기 위해 결함을 은폐하려 한 적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도요타 내부에서는 이번 과징금을 둘러싸고 납부하지 말아야 한다는 반대 의견도 거셌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징금을 납부하면 위법행위를 인정하는 셈이 돼 미국 각지에서 일어난 100건 이상의 손해배상 소송 등에서 불리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도요타가 과징금 납부에 동의한 것은 미국에서 신차 판매가 회복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 미국 내 신차판매는 차량 결함에 따른 리콜사태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월 대비 40% 증가한 18만6000대로 회복됐다.

대규모 판매촉진책에다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미 의회 청문회에서 사죄하는 장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미국 내에서 도요타에 대한 비난 여론이 한풀 꺾인 덕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요타가 미 당국의 결정에 맞서 오랜 싸움에 돌입할 경우 모처럼 회복한 판매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음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결함 은폐’는 부정하면서도 과징금을 납부하기로 한 것은 판매에 미치는 손실을 피하려는 실리가 우선시됐다는 판단에서 나온 셈이다.

그러나 미 교통당국은 도요타에 대한 조사를 계속해 위반사실이 새로 발견될 경우 추가 과징금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도요타의 난항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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