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 매각 논란ㆍ대주주 심사 걸림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외환은행 매각의 걸림돌은 항상 금융당국이었다. 2008년 HSBC가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한 것도 금융당국이 대주주에 대한 심사를 망설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도 망설이고 있다. 외환은행을 외국계 금융회사에 넘겨야 할지 아니면 국내은행들이 인수토록 독려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 '헐값매각' 논란에 부담
정부가 외환은행에 대해서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헐값매각 논란' 때문이다. 외환위기 직후 외환은행을 론스타 펀드에 팔았던 정부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헐값 매각 시비에 휩싸여 있다.
외환은행을 헐값에 팔아넘긴 혐의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지난해 연말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으며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현재 외환은행 공개입찰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금융회사들은 모두 외국계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공개입찰을 꺼려하는 이유는 '헐값매각'이다. 외환은행을 비싼 값에 사들였다는 여론의 비난을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국내은행들은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개입찰로 가격을 높여서 인수한다면 분명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도와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 외국계에 넘겨야 하나
금융당국으로서는 헐값매각만이 아닌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대주주 심사 자격 문제이다. HSBC도 이 문제 때문에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해야 했다.
금융당국은 외국계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외국계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것에 대해 승인할지 여부에 대해서이다. 금융당국이 외국계에 대한 대주주 심사를 완화할 경우 외환은행을 또 외국계로 넘겼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환은행은 정부에게 있어서 양날의 검이다"라며 "외환은행을 외국계 또는 국내은행에 넘겨도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