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형 철강사들의 가격인상이 잇따르는 가운데 전기로 업체인 도쿄제철이 3개월 연속 가격인상에 나서 지난 1년 반동안 지속된 ‘철강 디플레’가 막을 내리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쿄제철이 모든 품목의 4월 계약 가격을 인상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주요 품목들의 가격 인상폭은 t당 평균 5000엔(약 6만3000원)으로 69%에 달한다. 박강판의 열연코일은 t당 6만3000엔에서 6만8000엔으로, 건설용 H형강은 6만9000엔에서 7만4000엔으로 인상된다.
자동차 등에 사용하는 산세코일은 7000엔, 산세강판은 8000엔 인상될 전망이다.
지난 3일에는 세계 2위 철강업체인 신일본제철이 건설용 강재와 H형강의 3월 계약분을 t당 3000엔 인상키로 한 바 있다.
박강판 가격은 4월 출하분부터 1만5000엔(20%) 올리기로 했다. JFE스틸도 박강판 가격을 신일본제철과 같은 수준으로 올릴 뜻을 공급처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개월 연속 가격인상을 단행한 신일본제철은 세계적인 철강 수요와 철광석·석탄 등 원료가격을 주시해 4월 이후에도 추가 인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일본 국내 건설 수요가 저조해 철강업계가 H형강 등 일부 품목의 가격을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이 예상외로 뛰자 수익성 우선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이다.
철강업체들은 신흥국 경기확대와 함께 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구조조정으로 해소되지 않는 비용증가를 제품가격에 반영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복병도 등장했다. 세계적 광산업체인 호주의 BHP빌리턴이 연간 계약 시스템이었던 원료탄 가격을 분기마다 계약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이 시스템이 도입될 경우 철강 공급처에도 분기마다 재계약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자동차와 가전업계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해 해당 리스크를 철강업계가 고스란히 짊어져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행히 중국과 유럽 철강업계는 연간 단위의 계약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분기계약 관행의 전세계 확산은 아직 낙관하기는 힘들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2일 전했다.
철강사들의 가격인상으로 1년 반동안 지속된 철강 디플레는 한풀 꺾일 전망이다. 그러나 수요 침체로 고전하는 건설업계와 가전, 의료기기 업계에는 한 차례의 폭풍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