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에버·이노션 무상증자로 지분 확대...경영권승계 사전 포석 해석
현대차그룹 비상장사들이 잇따라 대규모 무상증자에 나선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비상장 계열사인 오토에버시스템즈가 오는 25일 기존 주주에 대한 무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신규 발행 주식은 100만주(액면가 5000원)로 주주들에게 구(舊)주식 1주당 신주 1주를 배분하는 방식이다.
이에 앞서 그룹 비상장사인 이노션은 지난 12일 신규발행 주식 60만주(주당 액면가 5000원)를 기존 주식 1주당 0.5주 비율로 배분했다. 또 지난해 3월에도 이노션은 신주 60만주를 오너 일가에게 교부했다.
22일 현재 이노션의 최대주주는 정의선 부회장으로 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정몽구 회장과 큰딸 성이씨가 각각 20%와 40%를 갖고 있다.
오토에버시스템도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각각 10%와 20%의 지분을 갖고 있는 등 사실상 오너 일가가 최대주주다.
이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현금배당 대신 대규모 무상증자를 실시하는 이유가 향후 오너 일가의 지분가치를 올린 후 흡수합병을 통해 그룹내 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무상신주의 가치는 얼마?
오토에버시스템의 무상증자는 기존 주식과 같은 비율로 배분이 이뤄졌다. 정 회장 일가가 기존 지분 만큼 신주를 갖게 된 셈이다.
지난 2008년말 현재 오토에버시스템의 순자산가치는 807억원이다. 기존 발행주식이 100만주인 점을 감안하면 순자산가치 평가방법에 따라 1주당 가치를 계산하면 8만원이 넘는 것이다.
이노션의 순자산가치도 700억원이 넘는 점을 고려하면 1주당(전체 발행주식 120만주) 평가액이 6만원을 넘는다.
특히 상속증여법에 따라 순자산가치와 순손익가치의 가중치(2대3)를 적용한 방법으로 계산하면 정 회장 일가가 교부받은 신주의 가치는 갑절 이상 뛴다.
이 평가방법은 증권사들이 비상장사 평가방법으로 인수합병 추진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업권 부분을 제외해 계산한 오토에버시스템의 가치는 1400여억원으로 1주당 가치는 14만원에 이른다. 오토에버시스템이 정 회장 오너에게 배분한 신주의 가치와 비교해 250배가 넘는 수치다.
이노션도 기업 평가가치가 1750여억원으로 발행 전체 주식으로 나누면 1주당 가치가 14만5800여원이 나온다.
◆무상증자를 실시하는 의도는 무엇인가?
오토에버시스템즈는 신주 발행 재원으로 이익잉여금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오토에버시스템즈가 지난 2009년 이월된 이익잉여금은 744억원에 이른다. 신주가 기존 발행주식만큼 주식이 교부되는 점과 기존 주식 가치가 1400억원이 넘는다는 감안하면 이월 잉여금이 모두 주주들에게 돌아간 셈이다.
오토에버시스템즈와 이노션은 그룹 계열사간 거래로 이익을 내는 회사다.
오토에버시스템즈의 그룹 계열사간 내부 매출 비율은 지난 2008년 총매출액 4930억원의 80%를 넘는 4000여억원에 이른다. 사실상 그룹 내부 매출로 회사가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이노션도 내부 매출이 전체의 50%에 이르는 등 그룹 계열사에 대한 영업 의존도가 매우 높은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오토에버시스템즈와 이노션의 잇따르는 무상증자에 대한 궁금증이 나오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구도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의견이다.
오토에버시스템즈는 현재 그룹 계열사들의 컴퓨터 네트워크장비 도소매업과 전산시스템 설계, 관리 등의 사업을 맡고 있다.
그룹 차원의 지원을 받고 성장하고 있는 만큼 향후 그룹 지배구조상 상위업체와 흡수합병을 실시할 경우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 지배권이 크게 강화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이노션도 오너 일가가 모든 지분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계열사와 흡수합병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금배당보다 무상증자가 장기적인 면에서 가장 큰 이익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며 "향후 상장과 흡수합병 등을 고려하면 비상장사의 평가시 액면가보다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