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노조의 총파업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노조 총파업에도 불구하고 건조물량이 적어 조업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사측이 노조의 총파업에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노사 협상의 여지가 상당히 축소됐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26일 8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번 총파업에는 노조 조합원 1400여명이 참여했다.
노조측은 "사측이 교섭중에 노동청에 정리해고 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불성실한 자세로 일관했다"며 "총파업에 대한 모든 책임은 사측이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측도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총파업 사태에 회사로서도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저가수주를 안 했다고 해서 책임 운운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번 구조조정은 조선산업 전반을 위협하는 심각한 불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구조조정이며 이를 통해 조선사 중에서 가장 먼저 경쟁력 있는 조선소로 재탄생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 벌이는 불법파업에는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해 타협의 여지를 축소시켰다.
사측과 노조측의 주장이 서로 양보 없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총파업 사태의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1년 동안 선박 수주가 한 척도 없는 한진중공업의 상황이 구조조정으로 이어져 총파업의 빌미가 됐는데, 역설적으로 이 상황이 회사와 노조의 대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측에서는 신규물량이 없어 조업일정에 여유가 있고, 기존 물량도 적어 대체인력만으로도 조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성이 적어졌다는 것이다. 총파업 장기화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회사 한 관계자도 "협력업체 인원이 2500여명 정도 있어 조업에는 무리가 없다"며 "과거 조선업이 호황일 때에는 파업으로 조업에 차질을 빚게 되면 선주들에게 패널티를 물어야하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선주들이 배를 만들어도 찾아가는 것을 미룰 정도로 예전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한편 노조의 총파업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손상을 입게 된 한진중공업이 올해 수주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조선업 경기불황의 여파로 한 척의 선박도 수주를 못한 것을 비롯해 이미 수주한 선박건조도 취소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최근 프랑스 해운전문분석기관인 AXS-알파라이너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08년 9월 이후 한진중공업은 발주 취소 6척, 선종 변경 4척 등 10척의 컨테이너선 건조가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